[Why] "수능 감독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교사들, 장시간 서있고 문제라도 생기면 큰 책임 져야해 기피

"김 선생, 수능 감독 좀 해줘요."(교감)
"요통이 있습니다."(김 선생)
"정 선생 이름은 왜 빠져 있나요?"(교감)
"천식 때문에요. 자꾸 기침 나오면 시험에 방해가 되잖아요."(정 선생)
이달 초 경기도 한 고등학교 교무실. 교감이 교사들과 줄다리기를 벌였다. 11월 15일 치르는 수능 시험을 앞두고 최근 전국 중·고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교감은 교육청 공문으로 요청받은 감독관 머릿수를 채우려 한다. 교사들은 수능 감독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긴장한 채 서서 새벽부터 10시간 넘게 버텨야 하고 문제라도 생기면 큰 책임을 져야 하니까.
'감독관 구인난(求人難)'이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 최악은 경기도 용인이다. 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8월부터 기숙 학원생들이 주소를 학원으로 옮겨 가까운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수능 당일까지 학원에서 컨디션 조절 등 관리를 받는다. 용인에만 그런 재수생이 3000명이 넘는다. 이천·광주·하남에서도 기숙 학원 때문에 많은 감독관이 차출된다.
용인 수지고의 경우 교사 90%가 감독관을 한다. 경기도 평균(60%)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용인교육지원청 허연구 장학사는 "올해 용인 지역 수능 응시생은 1만6360명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을 것"이라며 "감독관 기피는 전국적 현상이고, 가능하면 빠지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이 집단적 기피의 원인을 파헤치면 대학에 대한 분노가 있다.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들은 수능 관리·감독에 대해 나 몰라라다. 경기도교육청 이상일 장학사는 "고입은 고교들이 책임지듯이 대입은 마땅히 대학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감독관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지면 초등학교 선생님들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아프거나 고령자,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녀가 고 3인 교사들은 감독관을 면할 수 있다. 질병을 핑계로 안 하겠다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나이롱 처방전'까지 등장해 감독관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의사 소견서를 첨부하라"고 추궁하면 "내일 제출하겠다"며 차일피일하다 지나가는 식이다.
수능 당일 새벽 5시에 시험지를 인수하러 가는 교사들이 감독관까지 맡을 만큼 인원이 부족하다. 수지고 강길동 교감은 "용인 지역은 감독관이 모자라 몸이 불편해도 해야만 하는 실정"이라며 "힘들더라도 어지간하면 좀 참고 하자고 교사들에게 읍소한다"고 했다. 수험생은 예민하다. 수능 당일 고사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음이 있거나 불편을 느끼면 온갖 민원을 제기한다. "당신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고 감독관을 탓한다.
이번 수능에는 59만4924명이 지원했다. 2000년생 밀레니엄 베이비가 많아, 2011학년도 이후 8년 만에 재학생 응시자(44만8111명)가 처음으로 늘었다. 이상일 장학사는 "수능 출제 위원과 감독관을 해보니 감독관이 훨씬 더 긴장되고 힘들었지만 수당(12만원)은 출제 위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며 "수고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니 기피 현상이 번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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