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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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인 '기러기, 두루미, 오리' 등이 벌써 한반도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이들 겨울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마도 '기러기'일 것이다.
'그력'은 다름 아닌 기러기의 울음소리를 상징한 것이다.
기러기가 내는 '그력 그력'하는 울음소리를 본떠 '그력'이라는 명칭을 만들고, 이것에 접미사 '-이'를 붙여 '그려기'라는 또 다른 명칭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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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인 ‘기러기, 두루미, 오리’ 등이 벌써 한반도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이들 겨울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마도 ‘기러기’일 것이다. 줄지어 질서정연하게 나는 ‘기러기’ 떼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도래하는 ‘기러기’에는 여러 종이 있지만, 대부분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다. 물론 ‘쇠기러기’가 더 흔하다. 일반적으로 ‘기러기’라 하면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를 아울러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
‘기러기’라는 말은 역사가 아주 깊다. 15세기 정음(正音) 문헌에도 ‘그려기’로 나온다. 그런데 같은 시기의 문헌에 ‘그려기’와 더불어 ‘그력’도 보여 주목된다. ‘그력’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 ‘그려기’이므로 ‘그력’이 보다 원초적인 명칭임을 알 수 있다. ‘그력’은 다름 아닌 기러기의 울음소리를 상징한 것이다. 기러기가 내는 ‘그력 그력’하는 울음소리를 본떠 ‘그력’이라는 명칭을 만들고, 이것에 접미사 ‘-이’를 붙여 ‘그려기’라는 또 다른 명칭을 만든 것이다. 한 조류학자에 따르면 ‘쇠기러기’가 하늘을 날 때나 주변을 경계할 때 ‘끼럭 끼럭’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력 그력’은 ‘쇠기러기’의 울음소리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려기’가 ‘쇠기러기’의 울음소리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는 본래 ‘쇠기러기’만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다가 점차 ‘큰기러기’까지 아울렀을 것이다. 15세기의 ‘그려기’는 16세기 이후 ‘긔려기’ ‘기려기’를 거쳐 ‘기러기’로 변해 지금에 이른다.
한반도에 들어와 월동하는 두 부류의 ‘기러기’를 구별하기 위해 새로 만든 명칭이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다. ‘몸집의 크기’에 따라 한 부류는 ‘쇠기러기’로, 다른 부류는 ‘큰기러기’로 부른 것이다. ‘쇠-’는 ‘쇠딱따구리, 쇠뜸부기’ 등에서와 같이 ‘작음’을 지시해 ‘쇠기러기’는 ‘작은 기러기’를 뜻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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