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복' 병사가 '호텔메뉴' 시중..장군님의 '갑질'

유충환 입력 2018. 10. 23. 22:31 수정 2018. 10. 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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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저희는 오늘 첫 뉴스로 어느 군부대 사단장이 사적인 모임을 위해 소속 부대 사병과 군 예산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현장 취재로 고발합니다.

경북 지역의 한 사단장이 개인의 친목 모임을 위해 군 시설에서 고급 호텔 수준의 음식을 준비시키고 밤늦게까지 사병을 시켜 술과 함께 나르게 했습니다.

유충환 기자의 리포트 먼저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이곳은 육군의 한 사단이 운영하는 회관입니다.

장병들을 위한 '복지 회관'인데요.

그런데 사단장이 개인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취재팀은 전직 군 관계자와 함께 복지회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복지회관 관계자] "예약하고 오셨어요, 혹시?" (네.)

평일 저녁 시간, 회관 내 움직임은 분주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직원들의 머리가 짧은 게 눈에 띄더군요.

전투복 대신 웨이터 복장을 한 병사들, 이른바 '서빙병'들입니다.

가슴에는 계급장과 이름표 대신, 웨이터 분위기가 나는 금색 명찰을 달았습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음식이 나오자 부지런히 옮기는 일까지 서빙병 10여 명의 몫이었습니다.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뒷짐을 지고 무언가 지시를 하기도 했고, 전통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습니다.

장병들은 소주와 맥주를 카트에 싣고 옮기느라 바빴습니다.

[회관 관리병] (저기 테이블에 있는 거 뭐예요?) "모듬회요." (고급회?) "네. 예약을 해서 특실로 가져가요."

모듬회를 들고 간 특실엔 대체 어떤 모임이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사단장이 주관한 모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사단장 만찬이 있기 며칠 전, 사단본부에서 회관으로 '만찬 계획서'가 하달됐습니다.

'7인회'라는 모임이 있는데 사단장님 등 5명이 참석한다고 돼 있습니다.

[부대 관계자] "(지역) 대표적인 사람들 같은데, 시장이라든가 청장이라든가 그런 사람들…."

계획서에는 메뉴 지침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먼저 흑임자죽으로 시작하는데, 모듬회에 가리비를 내되 '큰 접시에 양은 적게, 문어 숙회 포함'이라고 깨알 같은 지시가 적혔습니다.

한우는 '적당히 구워서 따뜻하게' 만들라고 적었고, 모듬전과 꺽지 매운탕, 꺽지 튀김도 추가됐습니다.

이런 코스 요리는 회관의 기본 차림표에는 없는 특별 주문형 메뉴입니다.

이런 식의 '특별한 만찬'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지역 '라이온스' 모임을 비롯해, '특전동지회', '전우회', '외부손님' 등 각종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만찬 지침이 하달됐습니다.

메뉴도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연어타다끼에 칠리새우, 과메기, 떡갈비, 해파리 냉채, 마늘보쌈, 전어회 등, 군부대 복지회관이라기보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부대 관계자] "위에서 하라는 대로…. 오늘도 행사가 있고 내일도 행사가 있는데. 오늘은 참모장이고 내일은 사단장…."

육군본부는 지난해 복지회관에서 민간인과 함께하는 개인적 모임을 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조리사나 웨이터를 맡은 장병들은 원래 소총수 등 모두 전투 특기자들입니다.

전투 특기자들에게 복지회관 관리 보직을 맡긴 겁니다.

여기에 행사에 따라서는 추가로 인원을 동원하기도 했다는 게 부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방혜린/간사·군인권센터] "복지회관은 병사들을 동원해서 사단장을 접대하라고 만들어진 시설이 아닙니다. 사단장 접대를 위해서 병사들이 차출되고 11시, 12시까지 초과 근무를 해가면서 일을 하는 것은 명백한 군 인권 침해이자 갑질에 해당하는 사건입니다."

육군은 해당 부대의 복지회관 운영이 훈령에 어긋나거나 위법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충환 기자 (violet1997@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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