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직 앞둔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이런 끔찍한 일이.."

신지수 2018. 10. 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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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강서구 PC방에 이어지는 추모행렬 "피의자 죗값 치르길"

[오마이뉴스 신지수 기자]

▲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방문한 한 시민 한 시민이 22일 오후 1시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방문해 추모글을 적고 있다.
ⓒ 신지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사건 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연령·지역 불문하고 많은 시민이 내 일처럼 아파하고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한 피시(PC)방에서 손님인 김아무개(29)씨가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와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테이블 정리가 안 됐다' 등 불만을 토로하며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였고 출동한 경찰이 상황을 정리하자 집으로 돌아갔다. 이내 흉기를 가지고 피시방으로 돌아온 김씨는 피시방 앞 에스컬레이터에서 피해자에게 흉기를 수십 차례 휘둘렀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놓여있는 추모글과 음식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놓여있는 추모글과 음식들
ⓒ 신지수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 넘게 흐른 22일에도 시민들의 추모는 여전했다. 이날 낮 12시 40분쯤 사건이 발생한 에스컬레이터에 가보니 에스컬레이터 한 쪽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 수십 다발과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아팠을텐데...',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등 추모글이 적힌 편지 수십 통이 놓여있었다. 한 시민은 인근 마트에서 식혜 한 캔과 소주 한 병을 사서 테이블에 올려 둔 뒤 두 손을 꼭 모은 채 기도를 하기도 했다.

추모하는 시민들 "남 일 같지 않아"... 우울증 진단서 낸 피의자에는 '분노'

피해자와 중학교 동창인 이지원(20)씨는 국화꽃 다발을 들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씨는 "친구가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며 "너무 놀랐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씨는 "(피의자의 주장처럼) 불친절하게 행동할 만한 친구도 아니다"라며 "취직을 앞두고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에 그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인이 된 친구에게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인근에 사는 자녀를 보러 왔다가 방문했다는 박영숙(63)씨는 "자식보다 어린 아이가 죽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경기도 안양에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현장을 찾은 전유진(24)씨는 "꿈을 꾸며 열심히 일하던 20대 청년이 끔찍한 일을 당한 게 너무 슬프고 내 일 같아서 왔다"라고 했다. 전씨는 "사람을 수 십 차례 흉기로 찔러 놓고 우울증 진단서를 내 심신미약임을 주장하려 하는 것 같아서 너무 화가 났다"라며 "법이 정당하게 심판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김씨가 10년 동안 우울증을 앓았다고 경찰에 진술하고 우울증 약 복용 진단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신미약 감형'을 노린 것 아니냐는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다. 하지만 22일 기자들 앞에 선 피의자 김씨는 "우울증 진단서는 가족이 낸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우울증이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치킨가게를 했다는 안현길(37)씨는 "(피의자가) 제 가게에서 와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남 일 같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씨는 "누군가를 다치게 한 정도가 아니라 살해한 것이니 피의자 신상이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 피의자가 나중에 사회에 나왔을 때도 주변 사람들이 조심할 수 있지 않겠냐"라고 했다.
 
▲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방문한 한 시민 한 시민이 22일 오후 1시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방문해 추모글을 적고 있다.
ⓒ 신지수
 
10년 넘게 해당 피시방을 이용했다는 김지훈(22)씨는 "피해자분과 친분은 없다"라면서도 "제가 피시방에 갔을 때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왔다"라고 했다. 김씨는 "(피해자 대신) 제가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저와 나이가 비슷하다"라며 "한창 꿈을 꿔야 할 20대에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고인에게 '부디 그곳에서는 모델 꿈을 꼭 이루시길 바란다'는 추모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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