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쓴 가수들에게 일일이 '사용 허락' 받아야하나

김고금평 기자 2018. 10. 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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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사용의 오해와 진실] 김윤아·타블로 등 창작자, 출판사 상대 '문제제기'..재산권은 '승인', 인격권은 '허락' 구분해야
그룹 자우림의 김윤아(왼쪽)와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 이들은 창비교육의 책 '노래는 시가 되어'와 관련, 자신들의 노래 가사가 동의 없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스타뉴스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저작물 사용에 대한 창작자들의 문제 제기는 정당한가? 출판사는 저작물 사용에 있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가?

그룹 자우림의 김윤아와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자신들의 노래 가사가 사전 동의 없이 출판물에 실린 행위를 지적한 것을 계기로 대중음악계 저작권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발단은 해당 책을 발간한 창비교육 측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위임한 공식 단체에 허락을 받았는데, 정작 저작권자가 이를 몰라 ‘무단 도용’ 의혹으로 번진 셈이다.

◇ 가사 쓴 가수들 “동의” 요구…재산권엔 일일이 허락 안 받아도

지난 19일 김윤아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가사들이 판매용 서적의 원고가 됐다"며 "책에 가사가 소개된 다른 뮤지션분께 물어보니 역시 몰랐던 일이라고 하는데…"라는 글을 올랐다. 이어 "'작사가의 말'이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다"며 "제가 직접 원고를 작성했다고 생각하고 구매하는 팬분이 있을까 봐 트윗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타블로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좋게 평가해주신 마음은 감사하지만 사전에 동의를 구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팬분 들의 혼란이 없길 바란다"고 적었다.

문제가 된 책은 창비교육의 '노래는 시가 되어'로 김윤아, 타블로 외에 김민기, 김창완, 루시드 폴, 신해철, 오지은, 이정, 이찬혁, 정태춘, 최준영이 공동저자로 표기됐다.

인터넷서점에 올라온 책 소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작사가 11명의 노랫말 가운데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것을 골라 엮은 시집으로 2015년부터 꾸준히 출간된 청소년 시 시리즈 '창비청소년시선'의 17번째 책이다.

창비교육의 책 '노래는 시가 되어'가 저작권 사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출판사의 행위는 엄밀한 의미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다. 저작자의 권리를 위탁받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크게 저작물의 변형(리메이크 등)을 ‘재산권’과 ‘인격권’으로 나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예를 들면 마이클 잭슨이 부른 노래를 ‘똑같이’ 부르고 연주한다는 조건은 ‘재산권’에 포함되고, 원곡에 조그마한 변형을 통해 다른 노래로 탈바꿈하면 ‘인격권’에 들어가는 식이다.

누군가가 원곡 그대로 사용하고 싶다면 굳이 저작권자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협회는 ‘재산권’만 허락해 주고, ‘인격권’의 범위는 모두 원저작자의 직접 승인을 밟는 절차를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출판사가 가수들의 가사 원문을 그대로 실었기에 재산권에 대한 승인 절차를 거쳤고, 이에 대한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뜻으로 수용될 수 있다.

◇창비교육 “위탁 단체에 승인받고 비용지급”…문제는 ‘공동저자’ 명기 부분

창비교육은 저작권 사용과 관련, 음저협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비용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작 문제는 25일 출간 예정인 이 책의 목차에 노래 제목과 함께 실린 ‘작사가의 말’이다. 어떤 주제의 글에서 이전에 했던 말을 잠깐 인용한 것이 아니라 마치 가수들이 직접 얘기해 ‘작가’로 참여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가수들이 ‘공동저자’로 명기된 것 자체가 도를 넘은 행위라는 것이다.

목록에 오른 가수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창비교육 관계자는 "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는 등 세심하게 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한다"며 "이에 대해 소속사, 아티스트들과 논의해 원만하게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교보문고에 올라온 책 '노래는 시가 되어'의 목차에 뮤지션들의 작사가의 말이 포함돼 있다. /사진 출처=인터넷 교보문고 화면 캡처


◇ 원곡에 ‘변형’시 창작자 ‘허락’ 필요…재산권과 인격권 구분해야

가수들의 창작물과 관련된 저작권법은 승인(재산권)과 허락(인격권)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위 사례처럼 단체의 승인을 받고 가사를 사용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원곡을 리메이크하는 등 ‘변형’이 생길 경우 원저작자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2007년 8월 이은미가 김동률의 곡 ‘사랑한다는 말’을 리메이크하면서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은 인격권 침해로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는 셈이다. 인격권이 소동에서 사건으로 번진 경우도 있다. 2011년 12월 임재범이 댄스곡 ‘내 귀에 캔디’를 록 버전으로 허락 없이 리메이크했을 때 작곡가 방시혁은 이 곡의 승인을 거부하기도 했다.

출판사의 경우처럼 재산권에 한해 간편한 절차를 도입한 것은 저작권이 ‘보호’의 목적도 있지만 ‘유통 촉진’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작물을 애용할 수 있도록 원곡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쉽게 허락해주고, 대신 ‘변형’을 가할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이라는 나름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통하는 것이다.

대중음악계 한 관계자는 “원 저작물을 훼손이나 변형 없이 제2차 저작물로 사용할 경우(재산권) 저작권자에게 일일이 허락받을 필요는 없다”며 “이번 사안은 공동저자로 목록에 올리면서 집필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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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황희정 기자 hhj26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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