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별 것 아닌 소홀함이 불러온 것 [이슈&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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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이 방송계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없다.
누군가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도를 변형시켜 또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내는 것이 비일비재하여, 사실상 온전한 창작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종종 별 것 아닌 소홀함이 귀중한 가치를 묵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인문학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로서 조금만 더 예민하게 굴었더라면,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일은 없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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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이 방송계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없다. 누군가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도를 변형시켜 또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내는 것이 비일비재하여, 사실상 온전한 창작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당연 그대로 가져다 쓰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색다른 시선을 입히면 새로운 저작물로 인정받아 운이 좋으면 모태가 되었던 것보다 좋은 성과를 얻는다.
이러한 방송가의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익숙한 사람이 나영석PD다. 중국에서 ‘윤식당’과 ‘삼시세끼’를 표절한 방송이 제작되어 논란이 일었을 때도, 직접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고 수월하게 만드는 방법이니 앞으로 그리해달라는 농담으로 일갈하고, 중국 내 사정(한한령)까지 덧붙이며 변호해준 이유가 아닐까.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이 평소 나영석PD에게 보낸 신뢰는, 그의 노련함과 농익음이 고려되지 않은 순수함을 큰 기반으로 삼는다. 패러다임이 뭐라던 사람들이 뭐라 하던 시청률이 어떠하던, 그저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게 재미있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그러다 운이 좋아 넘치는 호응을 얻은, 시대를 잘 만났거나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적인 제작자로만 본다고 할까.
한 사진작가의 작품을 무단으로 도용한 나영석 혹은 나영석 사단의 실수가 한 순간의 혹은 단 한 번의 실수일지라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것도 성과만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사는 우리에게 실용적이지 않아도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고 알려주고 나눠주는 것을 목적으로 둔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발생했으니 그를 순수하게 지지했던 대중의 신뢰도엔 금이 갈 수밖에.
피해를 입은 해당 사진작가에 의하면 저작권 표기 부분은 제거한 상태로 도용되었다 한다.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가져다 썼단 이야기. 그리고 소설가 김영하가 추천하는 장소의 자료화면이었다. 양쪽에 상당한 무례를 범한 것. 여전히 힘이 없는 게 국내 저작권의 사정일지라도, 상황이 급하다고 함부로 없이 취급할 수 없는 창작자의 이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무엇을 얻고자 한 걸까.
나영석 사단의 진짜 실수는 방송가에서 흔히 행해진 업태라고, 양심의 진지한 고려 없이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게 만들어 버린 ‘소홀함’에 있다. 종종 별 것 아닌 소홀함이 귀중한 가치를 묵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인문학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로서 조금만 더 예민하게 굴었더라면,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일은 없었을 테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 단호히 적었다만 아마 무난하게 넘어가리라.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잃었던 위신도 자연스레 되찾으리라. 하지만 대중이 나영석PD를 바라보는 눈빛을 이전의 것으로 돌리기란 쉽지 않겠다.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사람은 가장 바쁘고 정신이 없고 힘들 때 본 모습을 드러내듯, 이번에 그와 그의 사단이 보인 소홀함이 그들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별 것 아닌 소홀함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꽤나 별스런 노력들이 필요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나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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