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상상초월' 사립유치원 비리 백태..근절책은?

이지원 2018. 10. 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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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리포트 맥]

지난 17일, 경기 동탄 환희유치원 강당에 학부모 200여명이 모였습니다.

2년 전 교육청 감사에서 교비 약 6억 8,000만원을 부정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파면 조치를 받은 전 원장 A씨의 사과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 A씨 / 환희유치원 전 원장> "아이들한테 너무 죄송하고 부모님에게 죄송합니다. (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실천사항을) 모두 다 수용하겠습니다."

아이들의 먹거리와 교구 구입비를 원장 개인의 아파트 관리비 등에 썼다는 배신감에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현장음> "눈 뜨고 얘기하세요. 안들려요. 크게!"

<현장음> "좋은 식자재를 쓰신다고 해서 믿고 보냈는데 저희 아이들이 먹는 걸 생각해 보셨나요?"

학부모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기도 어렵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학부모> "다른 데 빈자리가 있는 상태에서 대기를 넣어야 되고, 새학기에 보내려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해야…지금 당장 제가 옮기고 싶다고 옮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지난 1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소위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의 파장은 순식간에 일파만파 확산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난 학부모의 항의글이 줄을 이었고,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규탄 집회도 잇따랐습니다.

감사 결과 온갖 비리 백태가 드러났는데, 인천의 A유치원 설립자는 배우자 소유 토지에 체험학습장을 지으면서 공사비 2억3,000만원을 유치원 예산으로 지급했고, 충북 청주의 B유치원 원장은 고가의 의류와 화장품, 골프용품 등 비용 980만원을 유치원 회계로 집행했습니다.

사립유치원은 구조적으로 비리를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 도입된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시도 교육청별로 감사 기준이 통일돼 있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교육당국은 우선 25일까지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키로 결정하며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이제 비리 의혹은 유치원을 넘어 어린이집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입니다.

어린이집은 횡령죄 적용이 쉽지 않은 사립유치원과 달리 지출 목적을 상세히 적어야 하고 목적 외 용도로 사용시 처벌되는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건이 까다롭긴 합니다.

하지만 보조금 통장과 운영비 통장을 하나로 통합할 경우 횡령죄 성립이 어려워, 어린이집에서도 원아들을 위한 식자재나 교구를 빼돌리고 가짜 영수증을 만드는 등의 행태가 만연하다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주장입니다.

<김호연 / 공공운수노조 비리고발신고센터장> "(어린이집의 원생) 24명이 먹는 통닭 급간식 양이 1.5kg 닭 한마리였습니다. 더 먹이고 싶어도 교사가 찍힙니다."

실제로 공공운수노조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9%가 급식 비리 정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고, 교구 구입시 리베이트 주고받기, 교직원 허위등록을 통한 인건비 유용을 목격한 비율도 각각 60.4%와 53.3%였습니다.

어린이집도 예외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약 4만 개 어린이집을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거센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정부의 유치원 실명 공개 결정과 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적용 방침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읽힙니다.

<윤성혜 /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언론홍보이사> "재산세 내고 있고 사업자등록증에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에) 법인, 국공립에 준한 법을 대놓고 지키라고 한다면 저희는 지키기 힘들어요."

일단 집단휴업 등 단체행동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이 최근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한 사례처럼 개별 유치원의 폐원이나 원아모집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학부모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공립유치원의 비율을 대폭 늘리는 한편,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장하나 /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 "선진국은 유아교육의 80~90%가 국공립으로 국가가 책임집니다. 한국은 거꾸로 75%가 사립유치원입니다. 에듀파인 도입과 더불어 교직원, 교사 관리에 대해서도 투명성이 제고돼야…"

<박용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투명한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도입해야 하고, 감사 권한 갖고 있는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해야 할 역할 제대로 해야…제도개혁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야만…"

정부가 이번주 내놓을 비리 근절 종합대책이 해묵은 '유치원 비리' 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현장인이었습니다.

seonghye.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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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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