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란 친구' 끌어안은 15살 우정.."난민 인정 축하해!"

2018. 10.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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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이란 친구' ㄱ(15)군의 난민 지위 심사 결과를 두 손 모아 기다리던 열대여섯명의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방금 법무부에서 받아온 '따끈따끈한' 난민 인정 서류를 들고 있는 ㄱ군을 향해 친구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들었다.

"전에 난민 지위가 불인정됐을 때는 종이 한장을 받았거든요. 근데 이번엔 서류철을 내밀기에 '아 인정됐구나' 알았어요." ㄱ군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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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개종' 종교적 박해 우려
이란 출신 중학생 난민 재심사 인정
국민청원 등 도운 학교 친구들 환호
"함께 학교 다니게 돼 행복해"

[한겨레]

개종에 따른 박해 가능성을 우려해 난민 신청한 이란 출신 한 학생(모자 쓴 이)이 19일 오후 법무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 ‘난민인증증명서’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와~ 축하해!” “진짜 멋있다. 고생했어!”

19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이란 친구’ ㄱ(15)군의 난민 지위 심사 결과를 두 손 모아 기다리던 열대여섯명의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방금 법무부에서 받아온 ‘따끈따끈한’ 난민 인정 서류를 들고 있는 ㄱ군을 향해 친구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들었다. 이들은 난민 인정 서류 속 ㄱ군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근데 콧구멍이 너무 크게 나온 게 아니냐”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학교 체육대회를 마치고 집에 갔던 친구들은 난민 인정 소식에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왔다. “전에 난민 지위가 불인정됐을 때는 종이 한장을 받았거든요. 근데 이번엔 서류철을 내밀기에 ‘아 인정됐구나’ 알았어요.” ㄱ군이 웃으며 말했다. 다만 ㄱ군 아버지의 난민 신청은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다.

2003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ㄱ군은 2010년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며 2학년 때 천주교로 개종했는데, 이란에 사는 고모에게 무심코 이 얘기를 했다가 이란으로 다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독실한 무슬림인 고모가 불같이 화를 낸 뒤 연락을 끊은 것이다. 무슬림 율법 ‘샤리아’가 엄격한 이란에서 개종은 사형까지도 처할 수 있는 중죄다. 고모가 이란 안전부에 고발했을까 봐 두려웠던 ㄱ군은 2016년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해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ㄱ군 부자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2심과 대법원은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ㄱ군이 2년여 만에 난민 인정을 받게 된 데는 재심사를 청구할 때 발 벗고 나서준 학교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친구들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친구가 공정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글을 올렸다. 7월19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지위 인정 재신청서를 내는 현장에서도 친구들은 “편견에 가려진 진실을 봐달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지난 5일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ㄱ군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절친’이라는 박지민(15)군은 “난민 인정 소식을 듣고 ‘수고했다’는 의미로 안아줬다”며 “그동안 함께 싸웠던 게 전혀 힘들지 않았고, 너무 감격스러울 뿐”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지유(15)양도 “기사 댓글에 ‘선생님이 학생들을 선동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했다.

ㄱ군의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내어 “어른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인류애를 행동으로 보여준 학생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외국인 학생이 사회의 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난민 인정을 받고 눈물을 두 방울 정도 흘렸다”는 ㄱ군은 “전에는 비자 문제로 고등학교에 갈 수 없었는데 앞으로 친구들과 함께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모델학원 다니면서 지금까지 패션쇼를 서너번 했거든요. 앞으로 이삼백번은 더 할 거예요.” ㄱ군이 환하게 웃었다.

신민정 황춘화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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