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중국에 '우편전쟁'을 선포했나

강기준 기자 입력 2018. 10. 19. 15:28 수정 2018. 10. 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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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美 소포 60%가 혜택.. 美 1건당 1달러씩 손해 추정
/AFPBBNews=뉴스1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우편전쟁으로 확전될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UN산하기구인 만국우편연합(UPU)의 값싼 우편료를 이용해 미국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며 UPU 탈퇴를 언급했다. 미국은 왜 우편전쟁에 나선 것일까?

◇경제규모 2위 중국에 유리한 UPU 우편요금

144년 역사의 UPU에는 현재 192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UPU는 전 세계 장벽 없는 의사소통을 위해 설립됐는데 우편시스템의 단일화, 요금표준화 등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이를 위해 UPU는 회원국들의 국제우편을 비롯해 2kg 이하 소포에 대해 요금을 책정하고 우편서비스 관련 요금과 수수료를 정한다. 회원국들은 자국 우체국 우편요금을 책정할 때 의무적으로 이를 따라야 한다.

현재 UPU 협정에 따라 처리되는 우편은 한해 기준 3032억개이며 소포는 89억개 규모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소포를 보낼 때보다 중국 베이징에서 뉴욕으로 물건을 부치는 비용이 더 싼 것을 예로 들며 UPU 요금기준이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1파운드짜리 소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부치면 2.50달러인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보내면 7~9달러의 요금이 부과된다. 미국 소비자들 입장에선 2kg이 안 되는 물건을 살 때 미국보다 중국에서 구입하는 게 더 싸게 먹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는 중국이 세계 2위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UPU에서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저렴한 요금이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UPU는 각 국가별 물가와 우편배송체계, 경제수준 등을 고려해 만든 우편발전지수(PDI)에 따라 요금을 정한다.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중국이 전자상거래 매출만 3540억달러(약 401조원)를 올리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는데도 이 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기한을 두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UPU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UPU는 각국의 물가수준과 경제수준 등을 고려해 요금을 책정하는 만큼 선진국이 더 많은 비용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최대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AFPBBNews=뉴스1


◇매년 2배씩 늘어나는 중국발 소포...늘어나는 美 비용부담
미국에서는 중국의 ‘약탈적’ 배송비에 대한 불만이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미 우정공사(USPS)는 2015년 보고서를 내고 UPU가 현실에 맞게 우편 및 소포 요금 체계를 바꾸지 않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이 공격적인 저가배송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회원국간 자유로운 우편 거래를 도모하는 UPU의 취지와는 무색하게 현재 시스템이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의 주장대로 중국은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성장하면서 국제 소포 발생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중국업체가 미국으로 보내는 물건은 매년 거의 2배씩 증가하며 미국내 배달 비용이 상승하는 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미국으로 보내는 소포의 60%는 UPU 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저렴한 배송비 혜택을 이용해 '무료 배송' 광고를 내세우고 의류부터 소형 전자기기, 주방용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USPS는 이 같은 불공평한 UPU 협정 때문에 지난해에만 1억7000만달러(약 192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물건 1건당 최소 1달러씩 손해를 입는다는 계산이다.

◇美 UPU 탈퇴해도…알리바바는 건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UPU를 탈퇴하면 알리바바 같은 대형 업체들은 별 타격이 없지만, 수 만개의 중국 영세 전자상거래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단돈 1달러짜리 제품을 주문해도 무료로 해외 배송을 해준다는 광고로 해외고객을 모으고 있다. 이런 무료배송은 UPU가 2kg 미만의 가벼운 물품들에 한해선 저렴한 요금을 책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요구대로 UPU가 개정돼도 알리바바는 큰 피해가 없을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자체 물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된 수백 개의 물류회사들을 경쟁시켜 저렴한 가격으로 배송을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알리바바는 전 세계 8억7000만명의 고객에게 하루 5500만개의 물품을 배송하는 거대 기업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배송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수만 개 중국 영세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아마존이나 이베이에 입점한 중국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인데 이들 업체들은 배송비가 저렴한 우체국의 국제소포 서비스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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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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