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치원=사업체, 투자한 돈이 얼만데 비리 아냐"

김영상 기자 입력 2018. 10. 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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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아정책포럼 발제 자료 살펴보니..'유치원 원장님의 인식', 국민 시각과 차이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치원 비리 논란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 선출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대위원장이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 "이번 사태가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없애려는 정책적 목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변화와 자성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음모론을 제기하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19일 머니투데이가 확인한 한국유아정책포럼의 토론회 발제 자료에는 "정부가 우리를 비리 집단으로 뒤집어씌운다"는 식의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한국유아정책포럼은 이 비대위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정책 연구모임이다. 한유총 구성원 상당수가 이 포럼에 속해 있다.

한국유아정책포럼은 사립유치원 원장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6일 경기도 수원에서 '사립유치원 현안 긴급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등으로 토론회는 대부분 생략됐다. 당초 이 비대위원장 등이 발제하려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번 비리 사태를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마비시키기 위한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 비대위원장은 발제 자료에서 "비리 유치원으로 매도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정책적 목적과 관련이 큰 것으로 본다"며 "사립유치원을 공영형 유치원으로 완전히 전환하고 영어 교육을 금지하는 등 교육·행정적 자율성을 마비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5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한유총 회원들이 충돌을 일으킨 이유에는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은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일궈온 교육기관을 강제 수용당한다고 느낀다"며 "자세한 검토도 없이 사립유치원을 강제 수용하기 위해 세비 도둑질을 일삼는 비리 집단으로 뒤집어씌운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자료에는 사립유치원을 교육기관이 아닌 개인 사업체로 여기는 인식이 뚜렷이 담겼다.

이 비대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의 교지(校地)와 교사(校舍) 모두 설립자의 사재로 세워진 것으로 10억~50억원의 거금이 투여됐다"며 "유치원이 망하더라도 국가가 책임져주지 않는, 자유 경쟁에 의한 적자생존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치원 교비에는 공적 재정지원과 사적 재정지원이 혼재돼 있어 개인사업자와 동일하게 볼 수 있다"며 "특히 유치원 교비는 유치원 경영자의 소유로 볼 수 있어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재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정부 지원금 등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자신의 투자 원리금을 상당히 넘지 않는 이상 위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이 비대위원장은 "이번에 공개된 유치원은 대부분 비리 유치원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10년 조전혁 전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다가 배상금을 지급한 사건을 언급하며 박용진 의원도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적법하게 남은 순수익을 사용한 것이 비리로 매도되는 현재 상황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은 향후 면책특권에 속하지 않는 위법 때문에 사법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한유총은 한 언론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의 공개 금지 가처분만 신청하고 박용진 의원을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자기 이익만 우선시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집단 안에 있으면 주변의 이야기만 듣다 보니 밖에서 하는 말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인식이 제한될 수 있다"며 "유치원에 자기 돈을 얼마나 투자한 것과 관계없이 운영비를 마음대로 썼다는 것이 본질인데 이를 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급박하게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민간 자본과 국가 자본이 혼합됐을 때 어떤 회계 처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고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지 않거나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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