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라지는 대학가 여성단체.. "페미니즘 백래시" vs "남학생과 동등해야"

뉴시스, 박민지 기자 2018. 10.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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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다. 해석하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아무런 대안 없이 총여를 폐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여학생 수가 많아졌고 권익도 높아진 상황에서 총여 존립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총여라는 별도 기구가 아닌 ‘총학생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 사라지는 총여, 성균관대 “총여 폐지 투표 보이콧했지만…”

16일 성균관대학교 서울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열린 학생 총투표에서 총여 폐지안이 가결됐다. 찬성 83.04%, 반대 14.7%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앞서 2014년 11월 성균관대 수원 자연과학캠퍼스는 총투표에서 53%가 찬성해 총여를 폐지했었다.

10년 간 총여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폐지가 거론된 후 학내 여성모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디가)’가 나서 입후보자를 선정했으나 일부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총여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후보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폐지 투표를 주장했고, 결국 전체학생대표자회 재적 인원 3분의 1이 총여 폐지 투표에 동의해 투표가 이뤄졌다.

성성어디가는 “우리는 부당한 총 투표를 거부한다”며 “대안 없는 총여 폐지는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총투표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성균관대에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성명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215명이 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여는 폐지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성성어디가 대표 최새얀씨(22)는 “(우리) 학교는 아직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 학내 소수자를 위한 독립된 기구로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3월 학내에서 ‘미투 운동’이 벌어졌을 때도 총학생회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총여는 여학생뿐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등 소수자를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민주화 이후 생겨난 총여 대부분 자취 감춰… 이유는 백래시?

총여는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1999년 이후로는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전국 대학 대부분에 총여가 생겼다. 지금은 달라졌다. 현재는 수 많은 총여가 없어졌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기구 자체만 존재하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다른 기관으로 대체했다. 2013년에는 건국대와 서울시립대에서 총여가 자취를 감췄고, 2014년엔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는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2015년에는 홍익대가 흐름을 이어 받아 총여를 폐지했다.

일부 극단적 페미니스트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백래시’(backlash·반발) 측면에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남녀 대립 구도가 총여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총여 폐지 현상을 두고 “페미니즘이 부상에 대한 반동인 백래시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양대 총여 회장 출마자는 극심한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되지 않은 이후에도 공격은 계속됐다. 한양대 총여 선거운동본부 페이스북을 살펴보면 “총여X들 죄다 성노리개로 쓰자” “총남학생회 만들어라” 같은 댓글이 달려있다.

연세대의 경우에도 최근 총여가 사실상 폐지됐다. 5월 연세대 총여는 은하선 페미니스트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개최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이 강연장 앞에서 시위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총여 퇴진 목소리가 거세진 후 연세대는 총여 재개편을 진행 중이다. 남학생 93%, 여학생 62%가 재개편에 찬성했다.

이밖에도 경기 침체와 맞물린 취업난 탓에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느라 대학 내 무관심이 커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 자치 활동 등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해져서 총여학생회 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내 활동이 저조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여학생도 ‘총학생회장’ 할 수 있는 세상… 건강한 흐름으로 봐야

최근 몇년 사이 대학 내 여학생이 증가해 힘이 실리면서 총여가 시대를 역행하는 기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시에 “역차별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예전에는 여성이 대학 내 소수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불평등 관련 대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여학생 권익이 상당히 신장됐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대학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여학생과 남학생이 ‘총학생회’라는 하나의 조직 내에서 동등하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불거진 ‘학생회비 논란’ 같은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말한다. 앞서 일부 총여에서 남학생이 낸 회비를 사용하면서도 운영에는 가담할 수 없도록 막아 논란이 생겼었다.

여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1980년대만 해도 대학 내에서 여학생 비율은 압도적으로 적었다. 1990년대를 살펴봐도 여성 대학 진학률은 30.8%정도에 그쳤다.그 시절 여학생은 대학 내 소수자였지만 지금은 교육 분야 남녀 평등이 진전돼 여학생이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대학 진학률은 72.7%다. 남학생(65.3%)보다 7.4% 포인트 높다. 때문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총여가 주장하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약자인 여성의 권리를 위한 대학 내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총여 폐지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여학생 의사가 별도 조직 대신 총학생회를 통해 반영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여학생 역시 남학생과 마찬가지로 총학생회에서 여성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총학생회 대표가 돼 남녀를 불문하고 전체를 이끌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태 교수는 “과거와 달리 여학생 수가 늘어서 여성도 총학생회 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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