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쌍둥이 건강하게 태어난 비결? "낳기 두 달 전까지 부지런 떨었죠"

손호영 기자 2018. 10.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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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직장인 김정화씨, 네 자매 출산기

지난달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아빠, 엄마, 할머니, 작은아빠까지 가족 네 명이 갓난아기를 한 명씩 품에 안고 일렬로 들어왔다.

"어머, 네 쌍둥이?"

"한 명도 힘든데 네 명을…."

다른 엄마들이 놀란 토끼눈으로 가족을 봤다. 아이 넷을 안고 병원 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자니 아무래도 불편해서, 작은아빠가 잠시 자기가 안은 조카를 아빠 홍광기(32)씨 품에 안기고 얼른 뛰어가 바구니형 카시트 네 개를 들고 왔다.

지난달 17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분만장 앞에서 네 쌍둥이 부모 김정화(32)·홍광기(32)씨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59) 교수(왼쪽부터)가 생후 두 달 된 아기 넷을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날은 태어난 지 60일 된 네 자매가 신생아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다. 하랑, 하서, 하윤, 하율. 아기 한 명 몸무게 재는 데 가족과 간호사들까지 어른 세 명이 달라붙었다.

네 자매는 엄마 김정화(32)씨 배 속에서 33주 4일 동안 지내다 세상 빛을 봤다. 보통 산모는 38주쯤 출산하지만 네 쌍둥이 엄마에겐 33주도 긴 시간이다. 신생아 몸무게가 보통 3.3~3.4㎏ 정도인데, 네 자매는 몸무게를 다 합치면 5.7㎏이었다.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도록, 엄마는 언젠가부턴 잠도 옆으로만 잤다. 최대한 오래 아이들을 배 속에서 키우려고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0일, 1분 간격으로 네 딸을 건강하게 출산했다.

아이들을 받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59) 교수는 쌍둥이 분만 분야 국내 최고 베테랑 중 하나다. 30년 넘게 8000명 가까운 쌍둥이를 받았지만, 네 쌍둥이는 6~7년에 한 번 정도로 드문 일이고, 아기 넷과 산모가 모두 건강한 경우는 더 드물다고 했다. 전 교수는 "엄마가 최대한 오래 아이들을 품고 버텨준 덕"이라고 했다.

비결을 묻자 엄마 김씨는 의외의 답을 했다. "최대한 오래 일한 게 건강한 출산 비결이에요. 회사 다닐 땐 걷기도 힘들었지만, 집에 있었더라면 33주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 같아요."

김씨처럼 '다태아'를 가진 산모들은 몸 관리를 위해 일찍 휴직하거나 사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씨는 임신 25주까지 방송국에 출근하다 두 달 뒤에 낳았다. 병원에서도 "집에만 있기보다, 움직이고 일하는 게 아이들과 산모에게 모두 좋다"고 했다. 이미 유산을 한 번 겪은 터라 불안했지만, 전 교수를 믿었다.

김씨 부부도 처음엔 하나만 낳으려 했다. 임신을 확인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6주 차엔 '쌍둥이'라고 해서 "잘됐다"고 했다. 7주 차엔 '세 쌍둥이'란 말을 듣고 "이러다 넷 되는 거 아니야?" 하고 웃었다. 8주 차에 진짜 '네 쌍둥이'로 확인됐다. 네 명 데리고 계단 오르내릴 자신이 없어 집부터 1층으로 이사했다.

출산 후,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까지 온 가족이 총동원됐다. 정 손이 부족할 땐 엄마가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발로는 다른 아이 눕힌 바운서를 흔든다. 네 아이 분유를 한 번 먹이고 트림까지 시키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이가 넷이라 가장 많이 울고 까다로운 아이에게 손이 먼저 간다. 넷 중 가장 순한 막내 하율이를 나중에 안아주면, 왜 이제야 안아주냐는 듯 엄마 품에 '착' 안긴다. 그럴 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 명이 울면 전부 따라 운다. 똑같이 생겼는데, 엄마는 우는 소리만 들어도 몇째인지 안다고 했다. "어떤 애는 사이렌처럼 '왜앵' 하고 울고요, 어떤 아이는 '으앙' 하고 보채요. 저는 듣기만 하면 알아요."

네 자매는 62장 든 기저귀 두 상자를 사흘이면 다 쓴다. 보통 아이들은 한 통 가지고 나흘 쓴다. 그래도 아빠는 "걱정보다 기쁨이 몇 배 더 크다"면서 "낳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기쁨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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