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년..국산 최초 '안전 여객선' 닻 올렸다(종합)

최훈길 입력 2018. 10.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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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톤급 최대 규모 카페리 '실버 클라우드' 취항식
文 국정과제, 예산 투입해 노후 선박 교체..첫 성과물
복원성 등 안전 설비 강화, 2022년까지 40척 현대화
해수부 "안전+관광 활성화+해운·조선 살리기 1석3조"
연안여객선 현대화 1호 선박인 실버 클라우드호. 세월호 참사 이후 노후 선박을 교체하는 정책,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오는 25일 오전 7시20분에 제주에서 완도로, 오후 3시30분에 완도에서 제주로 첫 출항할 예정이다. 은빛 구름처럼 편안한 운항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실버 클라우드로 이름이 지어졌다.[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완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실버 클라우드호는 세월호 사고의 교훈을 통해 만든 배입니다.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카페리, 국내 최대 규모의 카페리, 안전 1순위의 카페리입니다.” 김영주 선장은 17일 전남 완도에서 열린 실버 클라우드호 취항식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구상·설계·건조·취항까지 지난 4년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날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노후 여객선의 현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된 날이기도 하다. 정부·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취항을 통해 ‘선박안전 강화, 해운·조선 살리기, 관광 활성화’라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길 기대했다.

해양수산부는 17일 오후 전남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운항선사인 한일고속과 건조사인 대선조선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버 클라우드호(2만263t, 완도-제주행) 취항식을 열었다. 세월호 무게(6825t)의 3배 정도 규모로 국내 최대 카페리다. 박준영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은 “실버 클라우드호는 세월호 사고 이후 선박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지원 사업의 첫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文대통령 “여객선 40척 현대화”..첫 성과물

이번 사업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9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여객선의 선령 제한(30→25년)을 강화하고 자금을 투입해 노후 선박을 교체하는 게 대책의 골자였다. 해수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등은 연안여객선 현대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어 2015년 9월 TF 논의 등을 거쳐 이 펀드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화 펀드는 낡은 여객선을 새 선박으로 교체할 때 정부가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 예산을 통해 2019년까지 1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건조 가격의 50%를 무이자로 지원하기로 했다. 선사는 15년(3년 거치+12년 원금 상환)에 걸쳐 대출금을 상환한다. 정부가 나서서 선사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면서 선박 교체의 물꼬를 터준 셈이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정책은 더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에 ‘2022년까지 연안여객선 40척 현대화’ 정책을 포함시켰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전한 나라”를 약속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공을 쏟으면서 선박 교체는 탄력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초청 간담회에서 피해 가족과 포옹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서 세월호 희생이 반드시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취항한 실버 클라우드호는 길이 160m, 폭 24.8m, 높이 24.9m에 달한다. 승객 정원 1180명·승무원 31명에 차량 최대 200대(승용차 기준)를 태울 수 있다. 한일고속은 탑승률(정원 대비 승객)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건조가액은 492억원(펀드 지원액 246억원 포함)에 이른다. 완도에서 제주까지 2시간 30분 가량 걸릴 전망이다. 21노트로 운항돼 현재보다 20~30분 가량 운항 시간이 단축된다.

안전 시설도 대폭 강화했다. 소음·진동 설비, 선박 균형과 관련된 복원성 등이 국제해사기구(IMO)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 1200명 가량의 승객 전원이 30분 이내에 탈출 가능한 강하식 탑승장치(MES), 구명벌 40개도 구비됐다. 객실, 복도 곳곳에도 사다리가 설치돼 선박 전복에 대비했다. 이는 ‘대형 카페리 표준설계 기술개발’ 연구개발비 50억원(산업부 예산)이 투입된 결과다.

◇“안전+관광+해운·조선 살리기 1석3조 효과”

앞으로 관건은 이 같은 사업이 선순환을 할지다. 안전 강화에 이어 조선·해운·관광 활성화까지 연결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최지환 한일고속 대표이사는 통화에서 “국내 항로에 맞는 맞춤형 선박을 도입한 점, 연안여객선 산업의 확대, 조선업에 대한 지원 측면에서 첫 발을 뗐다”고 평했다. 안재용 대선조선 대표이사는 “펀드 지원 선종을 늘리고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해수부 연안해운과장은 “앞으로 3개 선사(에이치해운, 한일고속, 씨월드고속훼리)에 각 한 척 씩 현대화펀드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기획재정부, 국회와 협의해 내년도 예산 증액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주 선장이 17일 실버 클라우드호의 조타실에서 계기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일고속 박용국 이사가 17일 실버 클라우드호 일반객실에 설치된 사다리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객실 요금은 완도-제주 편도 2만8000원(성인 기준, 소아는 1만4000원)이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김영주 선장이 선체 밖에 설치된 강하식 탑승장치(MES)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장비를 통해 1200명 가량의 승객 전원이 사고 발생 30분 이내에 탈출이 가능하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실버 클라우드호 특등실 모습. 특등실 요금은 1인당 6만원(성인 편도 기준)이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선사는 현대화 펀드를 통해 선박 건조 비용의 50%를 15년간 무이자로 대출 받을 수 있다.[자료=해양수산부]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를 통해 총 4척의 배가 건조된다.[자료=해양수산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노후선박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연안여객선(165척) 중 선령 20년 이상 노후선박 수·비율. 단위=척, %.[출처=해양수산부,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급감했다가 작년에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연안여객선 기준, 단위=만명.[출처=해양수산부,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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