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족 품에 돌아온 '히말라야 원정대'.."창호야 안 된다" 유족·동료 오열

2018. 10. 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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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창호 대장의 시신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빈소 지키는 유족ㆍ동료 모두 ‘애도’ 분위기
-동료 “후배 안전부터 챙기던 선배였는데”
-서울시립대 합동분향소에도 추모객 이어져

[헤럴드경제=김성우ㆍ유오상 기자] 히말라야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사고로 숨진 원정대원 5명의 시신이 17일 한국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이들의 도착을 기다리던 유족들은 시신을 직접 확인하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시신이 안치된 빈소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김 씨의 모교 서울시립대는 원정대의 비극을 애도하는 지인들의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관 도착하자 빈소는 눈물바다=“창호야, 이렇게는 안 된다. 내가 네 이름을 이렇게 불러야 하니, 돌아와라 제발.”

오전 8시20분, 김창호(49) 대장의 시신이 담긴 관이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모습을 보이자 유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운구 차가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하던 유족들은 관이 보이자 끝내 무너지며 김 씨의 이름을 불렀다. 

고(故) 임일진 감독의 시신이 담긴 관이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임 씨의 아버지가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선ㆍ후배 산악회원들이 간신히 유족들을 진정시키고 관을 들어 장례식장 안으로 옮겼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곧이어 임일진(49) 감독과 정준모(54) 한국산악회 이사의 시신을 실은 운구 차가 장례식장 앞에 섰다. 순간 이를 지켜보던 임 씨의 여동생이 울음을 터뜨리자 굳은 표정으로 관을 들고 있던 동료들도 눈물을 훔쳤다. 

아침 일찍 빈소를 찾은 동료 산악회원들의 충격도 컸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국대학산악연맹 관계자는 “김창호 대장은 누구보다 모험심이 강했지만, 준비성 또한 철저했던 사람”이라며 “후배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던 분이 어쩌다 그런 비극을 당했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대진 한국대학산악연맹 전 부회장 역시 “88학번인 김창호 대장의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비보에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고령의 유가족들이 있어 동료들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던 김창호 대장 일행은 지난 12일 해발 3500m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에서 참변을 당했다. 당시 사고로 원정대 5명이 모두 숨졌고, 이들은 시신은 이날 오전 5시 7분께서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구 차로 옮겨진 5구의 시신들은 오전 6시 40분께 공항을 빠져나와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김창호 대장과 임일진 씨, 정준모 씨의 시신은 강남 성모병원에 안치됐고, 유영직 씨의 시신은 의정부 추병원 장례식장, 이재훈 씨는 부산 서호병원으로 옮겨졌다.

17일 오전 9시20분꼐 대학교직원과 동문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은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김 대장은 후배와 동문들의 귀감”=고인이 수학했던 서울시립대학교에도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학교 관계자들은 이곳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한국대학회 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고인의 영정 앞에 섰다. 굳은 표정으로 분향소에 입장한 이 교수는 국화꽃을 놓고 고인의 사진 앞에서 잠시간 묵념한 후 분향소 밖으로 나왔다. 이 교수는 1990년 이 학교에 부임해와 산악회 지도교수를 맡으면서 김 대장을 지도했다. 1993년에는 당시 대학 4학년이던 김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했다.

이 교수는 “김창호 대장은 제자이자 동생, 그리고 훌륭한 산악인이었다”면서 “지금이라도 김 교수가 등산을 마치고 돌아올 것 같아 아쉬운 심경이다”라고 했다.

이후에도 학교관계자들의 조문행렬은 이어졌다. 오전 9시 20분께에는 대학교 교직원과 동문 20여 명이 방문했다. 현재 교직원으로 재직 중인 시립대 졸업생인 김모(30) 직원은 “(김 대장은) 학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었다”면서 “동문이자 학교 직원으로서 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분향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김 대장의 부고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농동 주민인 박경택(64) 씨는 “안타까운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훌륭한 산악인이 가신 것이니 슬픈 심경이다”라고 했다.

오전 10시께 빈소를 찾은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행사때마다 학교에서 강연등을 부탁라면 흔쾌히 찾아 주실만큼 학교에 대한 사랑이 넘치셨다”면서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김 대장의 도전적인 정신을 본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화환을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다.

합동분향소는 오는 19일 정오까지 운영된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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