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10원-박주민의 50원.. 그들은 달랐다
[오마이뉴스 글:이주연, 글:이종호, 디자인:고정미, 편집:김지현]
▲ 유시민 작가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라고 회고했다. '좋은 사람' 노회찬은 음성적 정치자금 의혹으로 그가 꿈꿨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 |
ⓒ 공동취재사진 |
"당원들은 당권주자들이 명절에 김 한 톳이라도 보내주길 기대합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기꺼이 또는 마지못해 사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업인들에게서 음성적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공식적인 후원금으로는 사적 서비스 제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벌써, 저는 제가 날마다 조금씩 무식해지고 날마다 조금씩 때가 묻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 2003년 7월 19일 '유시민의 아침편지'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 번도 형이라고 불러 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 - 7월 26일 고 노회찬 의원 추모제에서 유시민 작가의 추도사
노 의원이 사망한 후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정치자금 모금에 한계를 없애자는 주장과 함께 필수적으로 얘기되는 건 '투명성'이다.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썼는지 세세히 밝히고 이를 검증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노회찬'이라는 이름은 이제 정치자금법 개정을 위한 '당위성'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 노회찬 의원은 정치자금을 쪼개 '장미'를 사서, 선물해 왔다. |
ⓒ 권우성 |
그 '노회찬'은 정치자금을 어떻게 썼을까. 그가 사용한 정치자금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2017년도 노회찬 의원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노 의원이 지출한 내역은 총 1594건이다. 2017년도 전체 국회의원들의 평균 지출 내역 건수가 895건임을 감안하면 1594건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건수로 보면 2813건을 지출한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 4선. 현 충남도지사)에 이어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노 의원 지출건이 두 번째로 많다. 다만, 양 의원은 매일 천안에서 KTX와 택시를 이용해 출퇴근해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교통 내역을 제외하면 1060건에 그친다. 사실상 노 의원이 가장 많은 내역을 정치자금 지출로 기록한 것이다.
노 의원이 지출한 최소 금액은 10원이다. 2017년 9월 24일 '결산세금'으로 10원을 냈다. 최다 지출액은 2583만 원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낸 특별당비다.
'그'다운 지출은 곳곳에 눈에 띈다. 1월부터 10월까지 유급사무직원 4대 보험료 303만 원을 지출했다. 의원수행비서 초과근무수당도 매달 적게는 32만 원, 많게는 82만 원 씩 총 13차례 지출했다. 국회의원 점자 명함 제작에 쓴 16만5000원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노 의원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당직자와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 여성 정치인, 여성 기자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물해 왔다. 2005년부터 이어져 온 그만의 의식이다. 이를 위해 노 의원은 2017년 3월 6일 50만 원을 썼다.
경남 창원 그의 지역 사무실에서 전지를 사기 위해 쓴 1000원(9월 21일)도, 편의점에서 컴퓨터용 펜 1개를 구입하기 위해 쓴 600원(6월 15일)도, 그가 노원구 상계동 편의점에서 구매한 신문 한 부(800원, 2월 7일)도 모두 '정치인 노회찬'의 기록으로 남았다.
'돈' 달라는 남자에게 호응한 4600여 명의 시민, 그 결과물
▲ 2017 국회의원 지출총액 상위 20위와 고액후원자 비중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액 상위 1~20위. 김종훈 민중당 의원, 박주민 민주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6, 7, 8위지만, 고액후원자는 한 명도 없다. |
ⓒ 이종호 |
'투명성'을 말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의원이 한 명 더 있다. 이번에는 초선 정치인이다. 그는 "돈을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돈을 모아줬다. 그것도 2억2000만 원씩이나. 40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한 해가 지난 후인 2018년 8월, 그 남자는 또 "작년에 모아주신 돈을 정말 잘 썼으니 또다시 돈을 달라"고 요청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 초선) 얘기다. 그는 "염치없지만 또다시 여러분들께 정치후원금을 부탁드린다"라며 "이번에도 후원해주신다면 정말 잘 쓴 뒤에,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소상히 밝혀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자신의 정치자금 내역을 구체적으로 소상히 밝혔을까. <오마이뉴스>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박 의원의 2017년 정치후원금 수입·지출액 내역을 확보했다. 총 3억3266만 원에 달하는 지출액은 항목별로 총 1358건에 달했다. 노 의원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은 지출 건수다.
가장 적은 지출액은 이자소득세 50원을 농협에 낸 것이다. 그 다음은 서울 응암1동 우체국에서 우편발송을 위해 쓴 330원이다. 이 밖에도 소소하게 컵홀더(2400원, 5월 12일), 적폐 청산 공수처 설치 정책 토론회 김밥(3500원, 10월 11일), 한일 합의 무효와 소녀상 관련 지역회의(롯*리아 응암점 2만6200원, 1월 26일) 등의 내역이 빼곡히 적혀있다. 1회 지출로 가장 큰 금액을 쓴 것은 의정보고서 발송료로 총 823만 원 가량을 쓴 것이었다. 이 밖에 사무실 리모델링료로 5차례에 걸쳐 3300만 원을 지출했다. 개인택시를 탔을 때는 택시번호까지 기재했다. 간담회도 수차례 진행했는데 주요 주제는 '청소년 참정권' '세월호' '적폐청산' 등이었다.
지난해, 제대로 쓸 테니 돈을 모아 달라는 그의 호소에 시민들 4600여 명이 호응했고 그는 "10원짜리 한 장까지도 상세하게" 적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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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총 482명이 6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2587억원의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2200여건, 10만 3617매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js0.ohmynews.com/NWS_Web/Event/Special/20spf.aspx)에서 의원별로 사용일자, 내역, 금액, 사용처 등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본 PDF파일도 제공합니다.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12-17_KAPF)에서 연도별 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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