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문우람 "나는 승부조작을 제안하지 않았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8. 10. 16. 16: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지난 2016년 7월. 야구계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 NC 소속 이태양이 2015년 5월 승부조작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하지만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창원지검 특수부는 승부조작을 한 이태양 뿐 아니라 브로커를 소개하는 등 승부조작을 제안한 것도 야구 선수라고 발표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전 넥센 소속 문우람이 그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태양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문우람 역시 죄가 인정됐다. 지난해 4월 1심에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문우람을 벌금 1000만원에 처했고, 압수된 시계를 몰수하고 175만원을 추징했다.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광주지방법원은 올해 6월20일 2심에서 문우람의 항소를 기각했으며, 대법원 역시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료했다.

하지만 문우람은 현재까지도 승부조작에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스포츠한국에 1, 2심 판결문을 비롯해 각종 자료를 보내온 뒤 약 2시간에 걸친 대화 내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밝혔다.

이미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상태이나 한 선수의 야구 인생이 걸린 문제이고, 나아가 야구계를 떠나더라도 승부조작범이라는 주홍글씨가 평생 따라붙을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스포츠한국은 고심 끝에 그의 주장을 전하는 것으로 보도를 결정했다. 어디까지나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브로커 조 씨와의 만남

문우람과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브로커 조 씨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 씨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이태양과 승부조작을 모의한 자이며, 문우람이 승부조작을 먼저 제안했다고 진술한 자도 조 씨이기 때문이다.

문우람은 2013년 무렵 클럽에서 야구 선수들 및 지인들과 함께 놀고 있다가 조 씨를 처음 만났다. 문우람의 주장에 따르면 조 씨는 본인이 야구 팬이자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를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뒤 술값을 계산하는 한편 넥센 홈 경기 때 야구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등의 부탁을 하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는 악연의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조 씨는 문우람 주변의 야구 선수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당시 문우람의 친누나와 교제 중이었던 이태양 역시 그 대상 중 한 명이다.

문우람은 당시 조 씨의 접근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함께 어울릴 때 조 씨가 큰 돈을 지출하고 선물 등을 전해왔지만 매니지먼트를 준비한다고 밝히면서 스폰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기 때문에 단지 돈이 많은 사람인 것으로만 받아들였다.

또한 문우람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정신적으로도 큰 힘을 준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조 씨를 믿고 의지하기도 했다.

“저는 다른 선수들이 조 씨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조 씨가 서울에 왔다고 하더라’와 같은 말을 해서 그렇게 접근했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하고 싶어 했고, 제가 연결해준 것으로 나오지만 조 씨를 친한 형으로 알고 지냈을 뿐 브로커가 돼 이태양을 소개했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문제의 그 날

사건 개요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2015년 5월로 돌아간다.

판결문에 따르면 문우람이 그 해 5월22일 오후 11시45분 경 이태양과 함께 조 씨에게 전화해 ‘이태양이 경기 조작을 하려고 하는데 조작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취지로 물었고, 이후 5월23일 새벽 세 사람이 만나 조작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익을 얻기로 공모했다.

또한 5월29일 NC의 광주 원정 경기에서 이태양이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것이 결정되자 조 씨가 그날 오후 3시7분경 문우람과 통화해 ‘오늘 이태양이 선발로 나오는데 베팅하면 되겠냐’고 물었고, 이에 문우람은 ‘이태양이 알아서 잘 할테니 베팅하면 된다’고 확인해줬다.

이후 이태양이 5월29일 오후 6시30분에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 1이닝 사구, 실투 등을 던져 고의로 2점을 떠안으며 경기 내용을 조작했다.

하지만 문우람의 이야기는 다르다. 먼저 이태양의 선발 등판이 결정된 날짜를 봤을 때 앞뒤가 맞지 않음을 주장했다.

“이태양은 5월 중순 불펜 투수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24일 경기를 마친 뒤 다시 선발로 나선다는 사실을 코치에게 전달받았고, 이후 24일 오후 11시30분과 25일에도 조 씨와 통화를 했다고 진술을 했습니다. 둘은 승부조작 날짜가 언제로 정해졌는지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판결문에는 22일 전화를 하고 23일 조작을 공모했다고 하는데 그 시기에는 이태양의 선발 등판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언제 등판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승부조작을 모의했다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하지만 선발 등판 여부가 정해지지 않더라도 승부조작 방법 등에 대해서는 23일에도 얼마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우람은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에 대해 언급하면서 법 조항에 의해 공모에 해당되지 않음을 변호사와 줄곧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공동 가공(범죄가 되는 일을 거드는 행위를 일컫는 법률용어)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돼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 이러한 공동 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공동 가동의 의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공모에 해당되느냐의 여부를 떠나 문우람은 23일 만남 당시 승부조작과 관련된 그 어떤 대화조차도 나눈 적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당시 조 씨는 (공모를 위해서가 아닌) 서울에 약속이 있어서 올라온 것이며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본인 기억으로는 ‘승부 조작을 하면 이런 방법이 있고, 어떻게 돈을 번다고 하더라’ 정도로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했는데 이는 공모에 해당되지도 않는 일일 뿐 아니라 저는 그런 이야기조차 나눈 적이 없습니다. (이)태양이는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조 씨가 승부조작을 해봤는지 물어봤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에서는 그런 부분이 계속 인정이 안 됐습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손목시계와 클러치백

문우람은 클러치백 및 손목시계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판결문에는 문우람이 승부조작에 성공한 뒤 대가 명목으로 손목시계 등 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교부받았고, 조 씨로부터 이태양에게 줄 돈 2000만원이 담긴 가방을 건네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전달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문우람은 먼저 손목시계에 대해 “프로야구 선수로서 어쩌면 공인일 수도 있는데 평소 야구 팬들에게도 일방적으로 받은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공인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며 스스로를 반성했다.

그러나 문우람은 앞서 언급했듯 조 씨가 본인을 에이전트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며 접근했기 때문에 스폰을 해준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을 뿐이며, 다른 동료 선수들 역시 함께 어울리며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승부조작에 대한 대가 명목과는 전혀 무관하며, 본인이 만약 브로커 역할을 했다면 2000만원을 받은 이태양에 비해 중고시계만을 받은 것에 납득을 했겠냐고 반문했다.

클러치백 전달에 대해서도 그 속에 돈이 들어있었는지를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다.

“조 씨는 제게 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태양이에게 주라며 가방을 전했을 뿐 돈을 주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조 씨의 1심 증인신문조서에) ‘돈이 들어있음을 알았는지 여부는 태양이와 우람이가 알지 나는 모른다’고 진술했습니다. 태양이 역시 재판부가 ‘문우람에게 1000만원을 준 것 아니냐’고 했는데 ‘내가 2000만원을 다 썼다. 우람이 차에서 가져갔을 뿐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돈을 전달한 것으로 인정이 돼야 할 내용입니까?”

▶조 씨와 이태양의 진술 번복

문우람은 조 씨와 이태양의 진술이 중간에 바뀌게 된 점에 대해서도 본인이 추측한 바를 털어놨다.

당초 조 씨는 2016년 7월4일 첫 검찰 출석에서 본인이 먼저 이태양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했으며 문우람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지만 2차 조사 때부터 문우람이 먼저 승부조작을 제안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태양 역시 조 씨가 승부조작을 제의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대질조사 때 ‘조 씨의 진술이 맞느냐’는 수사관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 이태양은 이후 본인의 재판 뿐 아니라 문우람의 재판에서도 줄곧 ‘문우람에게는 죄가 없다’는 입장을 주장했다.

“두 번째 조사 때부터 둘의 말이 바뀌었는데 이태양은 자수를 해서 들어왔고, 조 씨도 자기 발로 간 사람입니다. 계속 진술이 바뀌는 것을 신뢰하면 안 되는데 제가 불리한 것만 가지고 판결문에 냈다고 생각합니다. 조 씨도 결국에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 말을 바꾼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우람이 이처럼 추측하는 이유는 조 씨가 과거에도 관련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그와 어울렸던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조사 내용이 없었는데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위해 본인을 희생양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문우람의 주장이다.

이태양의 경우에도 일이 잘 풀릴 경우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언급에 조 씨의 2차 진술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단 관계자 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 변호사의 다그침에 의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검사들이 이태양에게 ‘문우람 계좌에서 2000만원이 나왔다’라 했다고 합니다. 제가 계좌를 뒤져도 좋다고 지장까지 찍어줬는데 결국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당시 군에서 누구와도 접촉을 못하니까 이태양에게는 마치 있었던 것처럼 얘기를 한 것이죠. 결국 이태양도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 수사 아닙니까. 저는 그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문우람은 한 때 이태양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가 원망스러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하지만 이태양이 문우람 계좌에서 돈이 나오지 않음을 알게 된 이후 최후 변론까지 줄곧 ‘문우람은 죄가 없다’고 호소해온 만큼 더 이상 그를 원망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조 씨의 경우 지금도 용서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립된 처지, 문우람의 절규

문우람은 오는 23일 KBO 상벌위원회에 출석한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료하면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 결정됐기 때문에 그동안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KBO도 제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사례로 살펴봤을 때 문우람이 구제를 받아 KBO리그로 복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그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승부조작과 관련된 문제에서 자진신고 기간 자수했던 유창식만이 3년 유기 실격 징계를 받았을 뿐 절대 다수가 영구제명의 철퇴를 맞았다. 이는 이태양도 마찬가지다.

문우람은 그동안 스스로에게 떳떳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서 손이 찢어질 만큼 열심히 복귀를 준비해왔다. 때로는 ‘당장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도울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버텼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서 모든 꿈이 무너져 내렸다.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만 대법원 상고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저는 어떤 이유로 상고를 했든 억울함이 있다면 명확하게 마지막까지 봐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귀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은 문우람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이처럼 허무하게 야구를 그만둘 순 없다는 것이 그의 이어진 설명이다. 재판을 뒤집어달라는 것이 아닌 단지 억울함을 널리 알리고 싶은 게 현재 문우람의 마음이다.

“몇 년 동안 계속 시달리다보니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공짜 좋아하지 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그 땐 몰랐습니다. 제가 야구 외적으로 어떤 이유가 됐든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야구 팬들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승부조작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사과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승부조작을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