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국립중앙의료원, 화장실서 숨진 간호사 '마약 투약' 사실 은폐 의혹

이에스더 2018. 10. 16.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4월 병원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간호사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NMC)이 병원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간호사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지난 4월 NMC 내에서 발생한 간호사 A(29)씨 사망 사건 당시 시신에서 여러가지 종류의 마약류 의약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올해 4월 발생한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사망원인이 단순 약물 중독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당시에 서울중부경찰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사인은 근육이완제인 베쿠로늄에 의한 중독이라고 공개가 됐다”면서 “본 의원실에서 복수의 관계자에 확인하고 열람한 자료에는 졸피뎀, 모르핀, 페티딘 등 마약류가 검출됐다. 그런데도 중부경찰서는 사인으로 베쿠로늄이라는 마약이 아닌 의약품 중독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베쿠로늄은 근육의 움직임을 정지시키는 골격근이완제다. 주로 마취나 기관 삽관, 수술과정에서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수면 유도제와 함께 사용한다. 약효가 돌면 호흡 근육이 마비돼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해진다. 졸피뎀ㆍ모르핀ㆍ페티딘은 모두 마약류 의약품이다. 이 중 졸피뎀은 수면 유도제이고 모르핀과 페티딘은 마약성 진통제로 모두 강한 중독성ㆍ의존성을 띄는 의약품이다. 하지만 사건 당시 경찰과 NMC 측은 마약류 의약품 검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NMC 4년차 간호사인 A씨는 지난 4월 16일 새벽 1시쯤 병원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오전 7시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상태였다. A씨 아버지는 A씨가 귀가하지 않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 이후 경찰과 병원 보안팀은 CCTV를 조사하던 중 A씨가 퇴근 직후 화장실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A씨의 시신을 찾았다. 경찰은 보름 가량 지난 5월 2일 A씨의 사망원인은 베쿠로늄에 의한 중독이라고 발표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김 의원 측에 따르면 A씨 사망 현장에서 주사기 두개가 발견됐는데 하나는 베쿠로늄이, 나머지 하나는 페티딘이 들어있었다. 또 A씨의 혈액검사에선 페티딘, 모르핀, 코데인 등의 마약류가 나왔다. 장기간의 약물 복용 이력을 알 수 있는 모발검사에선 로라제팜, 졸피뎀, 펜타닐, 옥시코돈, 히드로코돈 등 다양한 종류의 마약류 의약품이 검출됐다.

김 의원은 이날 “만약 (부검 감정서에) 베쿠로늄 이외에 다른 마약류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다면 NMC, 중부경찰서, 국과수가 약물중독이라고 한 발표에 축소의혹은 없는지 다시 처음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며 “본 위원은 위원장님께 혈액과 모발에서 검출된 약물의 종류와 양 그리고 어떤 부검에 어떤 신분을 가진 부검의가 그 결과를 작성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감정서를 오늘 중으로 제출 받을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는 마약류 의약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엄격하게 반입ㆍ반출을 관리한다. 마약류는 아니지만 베쿠로늄 같은 위험한 약물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병동은 원내 약국에서 타서 쓰고, 응급실도 봉인해두고 누가 뜯었는지 일일히 기록해야 사용할 수 있다”라며 “정상적인 병원이라면 그렇게 많은 종류의 마약류 의약품을 간호사 한 사람이 마구잡이로 빼내 사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NMC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찰에서 부검 감정서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NMC나 복지부는 마약류 검출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설명했다.

NMC에서 발생한 마약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응급실 간호사 A씨가 차량에 마약류 의약품을 자체 보관하다가 뒤늦게 자진 신고하는 사고가 있었다. 법적으로 마약류 분실 등 사고 상황이 확인되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NMC 측은 3개월 가까이 이를 묵인하다가 뒤늦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달 초 직원 100여명이 독감 백신 550개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동 구매한 뒤 재판매하거나, 지인 등에게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달 12일 신경외과 전문의가 맡은 척추 수술에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이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박능후 장관(맨 오른쪽)이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대 서울대의대 교수, 임준 가천대의대 교수,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연합뉴스]
NMC는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공공의료강화 종합대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중앙감염병병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외상센터, 중앙모자의료센터 등 국민의 생명을 좌우하는 공공ㆍ필수 의료 분야에서 국가중앙센터를 맡았다. 2022년 3월 개교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교육 병원이기도 하다. 최근 잇따른 사건ㆍ사고와 이에 대한 은폐 의혹으로 의료계 안팎에서 NMC가 공공의료의 중심이 될만한 역량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순례의원은 “공공의료의 핵심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이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사고 백화점’ 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코드인사’ 정기현 원장의 취임 이후 마약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정 원장이 사건ㆍ사고들을 막아낼 역량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