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순백의 대지 .. 푸른 생명을 뿜어내다 [극동시베리아 콜리마대로를 가다]
한디가에서 서둘러 극한의 마을 오이먀콘으로 향했다. 오이먀콘에 속해 있는 톰토르에는 오이먀콘 마을과 베르호얀스크 마을 두 곳이 있다. 톰토르에 약 120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그중 오이먀콘 마을에는 약 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에서 시작되는 콜리마대로는 태평양 연안 마가단까지 이어진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스탈린에 의해 건설된 옛 콜리마대로는 현재 도로와는 많이 다르다. 스탈린 시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도로 확·포장 공사가 이루어졌다.
콜리마대로에서 아직 옛 도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톰토르 가는 길이다. 애초에 콜리마대로는 한디가에서 톰토르를 거쳐 마가단으로 이어지는 길이었으나 톰토르 북쪽에 있는 우스티네라 근처에 대규모 사금광이 개발돼 그쪽으로 우회하는 새로운 도로가 개통됐다. 톰토르를 거치는 옛 도로는 거의 확·포장돼 있지 않다. 현재 모든 물류는 톰토르를 거치지 않고 새로 건설된 우스티네라 쪽으로 우회해 마가단으로 운송된다.

탐사단이 톰토르를 방문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옛 도로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톰토르가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톰토르의 오이먀콘 마을은 1959년 공식적으로 영하 71.2도를 기록했다. 1959년도 기록이라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지난 1월 영하 62도까지 떨어진 것을 보더라도 이곳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재난 영화 ‘투모로우’에서 뉴욕시를 강타한 추위가 영하 60도였다.

오이먀콘 마을로 가는 길은 콜리마대로에서 벗어나 160㎞를 들어가야 한다. 옛 콜리마대로여서 폭과 도로 상태는 매우 열악했다. 차량 2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 6m의 도로라 시속 70㎞ 미만의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오가는 차량이 한두 대밖에 없어 사하공화국이 도로에 대한 투자를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디가는 광활한 시베리아 평원에 있으며 알단강을 끼고 있다. 한디가를 떠나 콜리마대로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 사하공화국의 광활한 평원을 가로막는 베르호얀스크 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길게 누워 있다. 그 웅장한 베르호얀스크 산맥 안에 톰토르가 있다.





주민이 500명밖에 안 되는 톰토르에는 비행장이 있다. 이 비행장은 2차 세계대전 때 알래스카에서 발진해 야쿠츠크로 가는 미국 수송기와 전투기들의 중간 기착지였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두 강대국은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에 맞선 연합국이었다. 소련은 시베리아 깊숙이 미국의 수송기와 전투기의 착륙을 허락했다.

김선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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