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으로' 끝내 못 지킨 약속..산악인 김창호의 길
가장 높이 도달하기보다 '가지 않은 길' 걸어
험한 'K2' 높이 8611 휴대전화 뒷 번호로 사용
[앵커]
김창호 대장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며 늘 조금 더 힘들게 산을 올랐습니다. 그의 휴대전화 뒷 번호는 8611, 이 숫자는 히말라야의 K2 높이인데 가장 높지는 않아도 험하디 험한 봉우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좌우명도 '집에서 집으로'입니다. 등반이란, 집에서 떠났다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야 마무리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습니다.
[기자]
해발 8000m의 정상에서는 숨 쉬기조차도 어렵고, 연탄가스를 마신 듯 몽롱해 잘 기억하기도 힘듭니다.
그래도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습니다.
[김창호 대장 /2013년 5월, 에베레스트 : 살았어]
인도 벵골만 해발 0m에서 시작해 40일 동안 노를 젓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쉼 없이 올라간 김창호 대장, 그 다음에는 산소통의 도움 없이 8848m의 지구 꼭대기, 에베레스트에 닿았습니다.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올라야 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믿었고, 가장 높이 도달하는 것보다 조금 더 어렵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습니다.
에베레스트보다 높지 않지만 '죽음을 부르는 산'으로 불릴만큼 험한 K2의 높이 8611을 휴대전화 뒷 번호로 쓰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험한 산 이곳 저곳을 누볐지만 삶의 좌표는 '집에서 집으로'였습니다.
등반의 마지막 목표는 가족을 떠났다 다시 가족 곁에 안전하게 닿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상에 서는 것 못지 않게 산에서 살아서 돌아오는게 중요하다고 얘기했지만 그 바람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화면제공 : 몽벨 민치앤필름 울주산악영화제)
(영상디자인 : 곽세미)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히말라야 원정대 시신 카트만두에 안치..장례 절차는 구조헬기서 밧줄 타고..'손꼽는 험지' 쉽지 않았던 수습 이 총리 "히말라야원정대 시신 운구·장례 등에 소홀함없이 지원" 한국산악회 "히말라야 원정대 유족 이르면 내일 네팔로 출발" 김창호 대장 등 시신 9구 모두 '수습'..카트만두로 운구
- [단독] '22차례 도어락 침입' 재판부, 피해자 탄원서 읽고 선고 미루더니...
- 서울 버스 노사 간 협상 타결…파업 철회, 전 노선 정상 운행
- 합참, 북한 정찰위성 추가 발사 준비…"임박 징후는 없어"
- 총선 앞두고 '1대 1 토론' 제안 잇따라…석동현→조국→한동훈→이재명
- 런던 도착하자 올린 글…손흥민, 이 친구 참 따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