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저유소 화재 스리랑카 근로자, 법적 처벌 어디까지?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지난 7일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고양저유소 폭발 화재사고의 발단이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A씨(27)가 무심코 날린 풍등으로 밝혀진 가운데 A씨에 대한 ‘중실화(重失火)’ 혐의 적용 여부와 처벌 수위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5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은 화재 발생 다음날인 8일 고양저유소에 설치된 CCTV 분석을 통해 A씨를 긴급체포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의 인과관계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A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통해 “(A씨는) 수사를 받으며 우연히 발견한 풍등에 호기심으로 불을 붙인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고 있고, 최근 대한민국에 건너와 본인과 마찬가지로 일하고 있는 동생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민변은 이어 “연소가 쉬운 잔디가 저유탱크 주위에 심어져 있었던 점, 저유시설을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감시·관리하고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시설관리, 감독자들의 부주의가 있었던 점이 보다 엄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가 공개된 영상에서처럼 저유소에서 불과 300m 거리에서 풍등을 날린 부주의와 이후 신고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이모씨(46·공무원)는 “A씨가 조금만 더 지켜보고 있었다면 잔디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곧바로 신고했으면 화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모씨(44·회사원)도 “국가 전체에 43억원이라는 피해를 입힌 사건임에도 외국인 근로자라는 동정여론에 지나친 선처를 베풀어서는 안된다. 내국인이었으면 꼼짝없이 구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명백한 만큼 ‘중실화죄’ 적용이 맞다. 단순히 풍등을 날리다가 운이 없어 화재를 일으킨 것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과실도 명백한 범죄이고 법 규정이 있는 만큼 약간의 참작은 가능할지 모르나 처벌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법조계는 중실화 혐의를 입증하기도 힘들고 적용되더라도 형량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실화죄는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공용 건조물 등을 태워 훼손한 사람에게 최고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중실화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과실’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구속영장 기각 당시 검찰도 “수사가 부족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양·파주지역 변호사회 모임의 한 변호사는 “한 외국인 근로자가 호기심에 풍등을 날렸는데 하필이면 그 옆에 대형 유류탱크가 있었고 시설관리 부실로 불이 나 큰 재산피해가 났다. 이때 A씨가 ‘화재가 날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었다는 부분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A씨에게 중실화가 아닌 단순 실화가 적용될 경우 처벌은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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