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육지의 병원으로 날아간, 제주 고양이

2018. 10. 15. 13: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달 유급휴가를 받아서 제주도에 가을여행 왔다는 직장인이 민박 손님으로 방문했다.

로또 1등 당첨자를 제외하고 누군가 부럽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데, 그 손님에게는 '부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사료를 먹을 때는 잘 씹지 않고, 침을 흘리면서 먹었는데 고양이에 대해 몰랐던 때라 밥이 맛있어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반려동물 스케일링은 마취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 돼 미루다가 전문병원을 예약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밥맛 좋아 침 흘리는 줄.. 치아 질환이었을 줄이야

[한겨레]

서울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주일간 넥카라를 해야 하지만, 회복이 빨라서 하루만 했다.

한 달 유급휴가를 받아서 제주도에 가을여행 왔다는 직장인이 민박 손님으로 방문했다. 로또 1등 당첨자를 제외하고 누군가 부럽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데, 그 손님에게는 ‘부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쉬고 싶을 때나 여행 가고 싶을 때, 가게 문을 닫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영업 선배인 아빠는 종종 본인의 직업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다고 비유했는데,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막상 민박을 운영해 보니 쉬는 날에는 그 만큼의 수입이 없어져서 편히 쉴 수 없다.

긴 휴가는 없을 거라 했는데, 민박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길게 10일의 휴가를 히끄와 함께 떠났다. 이번 휴가의 주목적은 서울에 있는 동물치과병원 방문이다.

히끄는 길고양이 시절부터 이빨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앞니 대부분이 빠지고, 어금니는 캐러멜색을 띤 채 썩고 있었다. 사료를 먹을 때는 잘 씹지 않고, 침을 흘리면서 먹었는데 고양이에 대해 몰랐던 때라 밥이 맛있어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히끄와 함께 살기 시작하고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면서, 심한 구취로 동물병원에 데려간 후에야 ‘치아흡수병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발치하기 전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치아흡수병변은 이빨이 녹는 증상을 보이는 구강 질환이다. 많은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질환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 방법 또한 별다른 게 없어서 치아흡수병변 증상을 보이는 이빨이 더 녹기 전에 발치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3년 전, 어금니 4개를 발치했다.

뿌리가 녹아서 이빨의 역할을 못 하고 있었지만, 발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히끄의 의견을 물어볼 수 없어서 더 그랬다. 하지만 발치를 하지 않으면 음식을 씹을 때마다 통증을 느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팠고, 잇몸으로도 건사료를 잘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이 됐다.

발치 후 3년 동안 남은 이빨이라도 지켜주고 싶어서 양치를 꾸준히 해줬지만, 잇몸이 빨갛고 치석이 끼어 있는 게 보였다. 반려동물 스케일링은 마취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 돼 미루다가 전문병원을 예약했다.

히끄는 비행기를 10회 타봤고, 이동 중에 “야옹” 소리 없이 얌전하다. 스트레스와 사고가 없도록 신경 쓰는 건 온전히 내 몫이라서 그 부담감에 비행기 타기 전날 밤, 잠을 설쳤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육지 집에 도착했다.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이동장 포함 7Kg 이내여서 기내 탑승이 가능하다. 히끄는 2만원의 비용이 든다.

다음날, 예약해 놓은 병원에 가서 스케일링과 치료를 잘 받았다. 3년 사이 또 치아흡수병변이 생긴 이빨이 있어서 추가로 발치했다. 두려움은 무지에서 오는 걸까? 3년 전, 병원에 갔을 때보다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느꼈다.

걱정이 안 되는 게 아니지만, 내가 불안해하면 히끄는 더 불안해한다고 생각한 뒤로는 병원에 갈 때 무덤덤하려고 애쓴다. 나만큼이나 낯선 곳에서 적응을 잘하는 히끄가 대견하다. 히끄도 나처럼 무덤덤한 척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서 제주도 우리 집에 돌아가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