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장미' 안 웃겨요 [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8. 10. 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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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한줄평 : 견디는 자에게 ‘두통’이 올 줄이야.

러닝타임 99분이 이렇게나 긴 시간인 줄은 미처 몰랐다. 웃기려고 애쓰는 스크린 속 배우들이 짠해 보일 정도다. 촌스러운 연출, 밀도 없는 대본 때문이다. 섹시코미디물인 영화 <배반의 장미>(감독 박진영)는 제일 중요한 ‘코미디’만 싹 뺀 채 극장가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영화 ‘배반의 장미’ 공식포스터.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배반의 장미>는 각자 자신의 인생이 세상 제일 우울하고 슬플 거라 자부하는 세 남자 ‘병남’(김인권), ‘심선’(정상훈), ‘두석’(김성철),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미지’(손담비)가 한날 한시에 죽기로 결심한 뒤 벌어지는 특별한 하루를 담는다.

이 작품은 <보스상륙작전> <낭만자객> <구세주> 등 2000년대 초반 한국 극장가에 쏟아졌던 섹시 코미디, 조폭 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내용은 물론, 앵글이나 색감, 편집까지도 딱 2002년에 머물러 있다. 촌스러운 화면 속에서 성적인 표현이 난무하고, 식상한 조폭 개그가 이어지니 보는 이는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있는 듯한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시대에 맞는 위트나 촌철살인 유머도 없다. 코믹물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니 필름의 매력도 사라지고 만다.

전형적인 연출력도 아쉽다. ‘입시 스트레스에 괴로운 사수생, 사채빚에 허덕이는 여자 등 우울한 인생들이 동반자살을 위해 모인다’는 설정 아래 삶과 죽음을 다루면서 웃음을 전달하고자 했지만, 메가폰의 힘이 역부족이었다. 캐릭터는 관념적으로 생산된 터라 일차원적으로 그려지고, 개연성 부족한 에피소드들도 억지로 이어진다. 탁재훈의 카메오 출연마저도 ‘형이 여기서 왜 나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갑다기 보다는 뜬금없어 보인다.

특히 첫 주연을 맡은 손담비의 여성 캐릭터는 별다른 의미 없이 성적인 장치로만 이용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제목도 이 캐릭터의 ID로 지을 만큼 그 존재감이 클 법도 한데, 그저 세 남자의 성적 판타지 대상으로 활용될 뿐 눈에 띌 만한 구실을 하진 못한다.

다행인 건 연기 구멍은 없다는 점이다. 김인권, 정상훈, 박철민 등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들은 역시나 그 이름값을 해내고, 손담비, 김성철 등 비교적 새로운 얼굴들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력으로 합을 맞춘다. 특별출연한 신현준은 ‘신스틸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차진 연기력으로 그나마 제대로 된 웃음 한방을 남긴다. 필름이 돌아가는 내내 유일하게 숨 쉴 구간을 선사한다. 오는 18일 개봉.

■고구마지수 : 3개

■수면제지수 : 3개

■흥행참패지수 : 3.5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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