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원들 민원은 '따로' 표시.."결과 알려달라" 요구
[뉴스데스크] ◀ 앵커 ▶
국가가 지원하는 문화사업들, 대규모 정부 예산이 쓰이는 만큼 지원 단체 선정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겠죠.
그런데 이 선정 과정에 국회의원들이 청탁을 넣은 '민원 리스트'를 MBC가 입수했는데요.
홍신영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6년 4월에 작성한 <의원실 민원관리 현황>이라는 문건입니다.
정부지원 예술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국회의원 청탁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있습니다.
당시 민주당 김태년, 김윤덕, 박혜자, 신문식, 유은혜, 전병헌, 정세균, 조정식 의원, 그리고 당시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이 18건의 민원을 넣었다고 돼 있습니다.
문체부와 예술위원회가 작성한 또 다른 두 문건에는 당시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 새누리당 안홍준, 이우현, 신성범, 이종훈, 박대출, 오신환, 원유철, 이군현, 이주영, 박인숙 의원 등이 민원을 넣었다고 돼 있습니다.
예산심의권을 쥐고 있는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민원은 따로 표시까지 해놨습니다.
국회의장실, 문체부 1차관과 2차관, 김 모 국장, 조 모 국장 등 고위 간부들의 이름도 있습니다.
우 모 국장 이름 옆에는 장관 지시 사항으로 보인다는 메모까지 덧붙였습니다.
당시 장관은 블랙리스트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김종덕 씨였습니다.
청탁 내용은 다양합니다.
"지원 강력히 요청한다. 심의 경과와 프로세스를 미리 알려달라" "신경 써주길 부탁드리며, 일정 및 결과를 알려달라"
해당 사업은 복권기금으로 지원한 문화나눔사업 등인데, 선정될 경우 많게는 3-4천만 원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쟁률이 10대 1에 이를 정도로 예술인들에게는 바늘구멍입니다.
[국악예술단체 관계자] "저희도 매번 떨어졌으니까… 그 사업은 (선정되기) 좀 어려운 사업이긴 하죠."
한 공연 기획사는 이름까지 바꿔가며 4건을 신청해 3건이 선정됐습니다.
중복 지원을 금지한 규정을 편법으로 피해간 겁니다.
이 기획사를 선정하도록 민원을 넣은 사람은 당시 문체부 1차관이었습니다.
활동 경력이 거의 없는 생소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클래식 공연팀들도 선정됐습니다.
박주선 의원실의 민원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단원이 한 명도 없는 발레단도 지원을 받았습니다.
[민간 발레단(민원리스트 기재) 단장] "고정 단원들이라고 하기보다 사실은 다 제 제자들이거든요. 제자들을 모아서 하는 거고…"
[무용단체 관계자]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단체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단체들이 또 신청하면 (선정돼서 공연을) 돼요. 되기 쉽지 않거든요. 검증이 안 된 거니까…"
해당 국회의원들의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대부분 지역구 민원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실] "하나는 20년 된 우리 지역구 사단법인이어서 확인했고 두 번째는 2016년에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평택시에서 요청이 왔다. 그래가지고…"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실] "(저희 입장에서는) 지역에서 문의가 들어온 걸 모른 척 할 수는 없고… 제 생각에 이거는 (선정)된 것들만 남겨놓은 거 아니에요? 이것 말고도 엄청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
아예 예술위원회에 국회의원 민원을 전담하는 직원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실] "국회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어요. 그 직원 통해서 사업담당자 부담 안 가게 확인만 해 달라 좀. 그런 정도만 하는 거예요."
이 문건들은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과정에서 특검과 진상조사위원회가 압수했습니다.
특검은 수사기록에서 "블랙리스트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반대세력을 배제하고, 그렇게 남은 예산을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청탁에 따라 배정한 것"이라며 "죄질이 매우 불량한 범죄"라고 밝혔습니다.
예술위 담당자들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휴가를 내는 등 답변을 피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 "(취재에 응할) 계획이 없는 것만 그냥 말씀드리겠습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한 예술위 담당자는 민원의 경우 반드시 이행하라는 분위기여서 방법을 찾아서 대부분 이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특검은 이 같은 문건을 확인했지만 수사범위가 아니어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홍신영 기자 (hsy@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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