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선수, 파일럿..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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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알고 있는 직업의 개수는 많지 않다.
몇몇 학생들이 "선생님. 의사, 변호사, 축구선수까지. 애들이 다 남자만 그렸는데요?", "발레 무용수만 여자로 그렸네?"라고 말했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제시한 직업군(군인, 경찰, 미용사, 발레 무용수, 축구선수, 의사, 간호사, 요리사)의 모습을 '여자 군인', '남자 간호사' 등의 사진으로 성별을 바꾸어 보여주니 아이들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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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등학생이 알고 있는 직업의 개수는 많지 않다.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티브이(TV)와 휴대폰 영상 등을 통해 직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뿐이다. 미디어나 주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일 가운데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꿈꾸고 있을까? 장래희망 이야기를 해보며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느끼는 직업 속 성 고정관념에 대해 알아보려고 수업을 준비했다.
“여러분. 군인, 경찰, 미용사, 발레 무용수, 축구선수, 의사, 간호사, 요리사 가운데 원하는 직업을 골라 일하는 모습을 그려 보세요.” 다 그린 아이들에게는 시간을 더 주면서 다른 직업의 모습도 그려보게 했다.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둘러앉은 우리 반 아이들. 그림을 보며 직업별 공통점을 이야기해보았다. 몇몇 학생들이 “선생님. 의사, 변호사, 축구선수까지…. 애들이 다 남자만 그렸는데요?”, “발레 무용수만 여자로 그렸네?”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그린 그림의 공통점을 보고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여러분이 티브이나 주변에서 자주 보는 성별의 모습을 떠올려 그렸을 거예요. 그럼 생각해봅시다. 여자 군인, 남자 미용사는 없나요?”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본 적이 있다”와 “(그 직업을)못 가질 것 같다”라는 대답이 반씩 나왔다.
“유치원에는 다 여자 선생님만 있는 것 같아요”라는 희태의 말에 “남자는 유치원 선생님 못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연희가 말한다. “선생님, 여자도 경찰이 될 수 있나요?”라는 수현이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아이는 “지난주 병원에 갔을 때 남자 간호사를 한 번 본 적 있어요!”라고 ‘경험담’을 보탰다.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준비한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었다. 광고에 나오는 여자 축구선수부터 남자 간호사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우리나라 남자 발레 무용수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영상 자료를 함께 봤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제시한 직업군(군인, 경찰, 미용사, 발레 무용수, 축구선수, 의사, 간호사, 요리사)의 모습을 ‘여자 군인’, ‘남자 간호사’ 등의 사진으로 성별을 바꾸어 보여주니 아이들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남자도 발레를 할 수 있구나”, “여자 비행기 조종사도 있나요? 그럼 나도 조종사 해야지” 등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다. 성별에 따라 가능한 직업, 할 수 없는 직업이 분류돼 있다는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축구 소녀와 발레리노>(아람출판사)라는 책을 같이 읽었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소녀와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에게 주변 어른들이 “여자가 무슨 축구니, 남자가 무슨 발레니”라고 말하는 그림에서 멈추며 토론했다. “우리라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그 꿈을 응원해줘요. ‘여자라서, 남자라서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돼요”라고 답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세상을 보고 자란다. ‘여자라서 못 해. 남자가 왜 그런 걸 해’라는 한 마디의 말이 아이들의 마음속엔 평생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 부모세대와는 달리, 우리 아이들은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자유에 더욱 익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다솜(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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