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증언 15명 중 13명이 군인 '철저히 신군부 시각' [단독 입수 5공 전사-1화]

유정인 기자 2018. 10.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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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어떤 근거로 쓰였나

이 만행, 누구의 명령이었나 1980년 5월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시민을 폭행하며 연행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민간인 증언자 중 시민 1명 근거 자료 대부분 ‘군 문서’ 알 수 없는 자료도 10건 달해 ‘5·18 정당화’에 초점 맞춰져

전두환 정권의 비밀 역사서인 <제5공화국 전사>는 1982년 5월 완성됐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2년이 지난 때다. ‘광주사태’라는 신군부식 명칭 아래 적힌 기록들은 1980년 5월 군경과 정보당국의 각종 보고서와 신군부 수뇌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 철저히 신군부의 시각으로 쓰였지만, 행간에서 남은 의혹을 푸는 실마리를 읽을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5공 전사>는 총 9편(본문 6편, 부록 3편)으로 구성돼 있다. 5·18은 본문 4편 중 243쪽에 걸쳐 나온다. 각 책의 맨 뒷부분에 참고자료의 출처를 밝혔는데, 5·18 부분에 달린 주석은 모두 78개다. 중복을 제외하면 참고한 문서가 45건, 당시 상황을 ‘증언’한 이들이 15명이다.

주목되는 지점은 책에 실린 신군부 수뇌부들의 증언이다. 증언자에 포함된 13명의 군인 중 8명이 군장성이다. 이희성 계엄사령관을 비롯해 광주에 투입된 제3·7·11 공수특전여단장인 최세창·신우식·최웅, 박준병 20사단장, 소준열 전투병과교육사(전교사) 사령관, 육군본부 김재명 작전교육참모부장, 2군사령부 김준봉 작전처장 등이다.

책 편찬을 주도한 보안사가 신군부 수뇌부의 증언을 받아 편찬자들에게 넘기고, 이 중 일부가 책에 실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증언에서 군 수뇌부의 상황 인식과 작전 운용의 세부적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2005년 출범한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활동 과정에서 <5공 전사>를 비공개 검토한 바 있다. 당시 민간위원들이 상세한 증언록이나 녹취록 등 원자료를 요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출받지 못했다.

군인을 제외한 민간인 증언은 시민 1명과 당시 목포시장 등 2명에 그쳤다. <5공 전사>가 신군부의 5·18 진압작전을 정당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근거 자료 상당수는 1980년 군이 직접 작성한 기록이다. 생산기관이 명시된 문서 35건 중 29건이 군 기록이다. 계엄사령부와 보안사령부, 육군본부, 전교사 등을 총망라한다. 당시 시민 진압에 투입됐던 제3·7·11 공수특전여단 작전에 대한 특전사령부의 문건을 비롯해 전교사 작전일지, 전교사 정보처일지, 계엄사와 보안사의 광주상황보고 등이 담겼다. 그해 5월 생산된 중앙정보부의 ‘중요정보보고’도 참조했다고 돼 있다.

참고한 흔적만 남았을 뿐 어떤 자료인지 알 수 없는 자료도 10건에 달한다. 중앙정보부 자료를 제외한 군 기록은 보안사의 문서분류번호로 추정되는 숫자와 함께 생산기관과 제목이 표기돼 있는데, 이 10건은 ‘문서번호 ○○○’으로만 적혔다. 어떤 자료인지, 현존하는 자료인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5공 전사>의 참고자료에도 빠져있지만 명확한 진실규명을 위해 추가 확인해야 하는 자료들도 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 노태우 수경사령관, 정호용 특전사령관 등의 동향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일지 등이다.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에서 활동했던 조선대 노영기 교수는 “발포 당시 군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상세한 전투상보와 신군부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이들의 동향이 담긴 일지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빠져 있다”며 “폐기처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왜 폐기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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