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 서는 마이클 리 "아내도 함께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 한국 초연
아내 킴 바홀라 리허설 코치로 공동 작업해
"한국서 다양한 프로젝트 함께 해보고 싶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내는 내가 공연할 때마다 조언을 해주는 ‘개인 연출가’다. 일어날 때부터 잘 때까지 작품 이야기를 해서 힘든 점도 있지만 말이다. 하하하. 앞으로도 기회만 된다면 아내와 오케스트라,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마이클 리(45)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아내 의견을 존중한다”며 옆에 앉아 있는 아내 킴 바홀라(42)를 바라봤다. 킴 바홀라는 “제가 하는 말과 모든 관점을 똑똑하게 이해하는 남편을 둔 것이 저로서는 행운이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들 부부가 함께 언론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 서울시향이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준비 중인 오페레타 ‘캔디드’(10월 12·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국내 초연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번스타인의 대표적인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함께 소개하게 돼 기대가 크다”며 입을 모았다.

◇‘오페라+뮤지컬’…번스타인 대표작
‘캔디드’는 번스타인이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풍자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1956년 발표한 오페레타다. 클래식 작곡가 겸 지휘자로는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음악 활동을 펼쳤던 번스타인의 색깔을 잘 담은 작품이다. 오페라이면서 동시에 뮤지컬의 요소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향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국 현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마이클 리에게 내레이터 역할을 제안했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현재 프로듀서 겸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킴 바홀라가 한국 성악가들의 발음과 연기를 지도하는 리허설 코치로 함께 참여하게 됐다.
마이클 리는 “‘캔디드’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미국에서 온 작품이기에 내레이터 역할에는 내가 가장 좋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에는 내레이터는 한국말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성악가들도 영어로 노래하는 만큼 한국인의 얼굴을 한 내가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작품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리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마이클 리만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통 클래식 공연을 주로 했던 서울시향에게도 이번 ‘캔디드’는 새로운 도전이다. 킴 바홀라는 “지휘자 티에리 피셔와도 ‘서울시향이 정적인 클래식 공연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의 풍자적 요소를 잘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작품을 재미있게 잘 표현해 그 매력이 관객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번스타인을 ‘천재’라고 치켜세웠다. 클래식 음악가이면서도 대중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킴 바홀라는 “번스타인은 클래식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음악까지 같이 작곡한 독특한 인물”이라며 “‘캔디드’도 음악적으로는 클래식의 요소가 정교하게 들어가 있으면서도 가사는 당시의 미국 코미디 뮤지컬의 영향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리는 “‘캔디드’도 오페라와 뮤지컬, 오페레타 무엇으로 불러도 좋은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내와 갈등? 해결 과정이 곧 예술”
마이클 리와 킴 바홀라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처음 만났다. 2004년 뮤지컬 ‘태평양 서곡’에 함께 출연했던 두 사람은 2006년 5월 결혼에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2013년부터는 가족 모두가 한국에 정착해 한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킴 바홀라는 현재 계명대에서 뮤지컬을 가르치고 있으며 마이클 리의 단독콘서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마이클 리는 “아내는 뮤지컬 연기는 물론 프로듀서와 마케팅, 연출 경험도 많아서 한국의 공연 제작 시스템을 잘 배운다면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아내와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잘 융화하며 해결한다”며 “그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킴 바홀라는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뮤지컬은 역사는 짧지만 젊은 산업이라 더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면이 있다”며 “한국 뮤지컬이 점점 더 전 세계 무대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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