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산 넘어 산' [뉴스+]

김태훈 2018. 9. 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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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결정은커녕 재판관 회의도 못 여는 '식물 헌재' 언제까지

“이종석 후보자가 사퇴하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김기영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는 데 당내 공감대가 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선출을 앞두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추천한 후보자를 나란히 낙마시키자는 기류가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헌법재판소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헌재는 최근 재판관 5명이 임기 6년을 마치고 물러났으나 후임자는 단 2명만 충원돼 재판관 정원(9명)보다 3명 모자란 ‘6인체제’로 오그라든 상황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왼쪽 4번째)이 지난 21일 취임식을 마친 뒤 헌법재판관 5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애·서기석·이석태 재판관, 유 소장, 이은애·조용호 재판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헌재, 재판관 7명보다 적어서 '기능 마비'

30일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 운영에 관한 행정사항은 재판관회의가, 위헌 또는 합헌 여부 결정 같은 개별사건 심리는 재판관 평의(評議)가 각각 결정하는 구조다. 헌재법 16조 2항은 ‘재판관회의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헌재법 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재판소 운영에 관한 행정사항 의결이든, 위헌법률심판사건 같은 개별사건 심리 및 결정이든 재판관이 7명은 돼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헌재는 지난 21일부터 유남석 헌재소장,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의 6인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유 헌재소장과 서·조 재판관 3명은 대통령 몫, 이선애·이석태·이은애 재판관 3명은 대법원장 몫으로 헌재에 입성했다. 국회 몫 재판관 3명은 벌써 열흘 넘게 공석이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들. 왼쪽부터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종석(자유한국당 추천)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서울고법 부장판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기영 후보자 등 '결격사유' 드러나 논란

앞서 민주당은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한국당은 이종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바른미래당은 이영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후임 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자녀의 고액 학비,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경력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명수 현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자가 헌재에 들어가면 ‘코드 사법’ 논란이 더욱 확산할 것이란 야권의 반발이 거셌다. 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과거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했고 결국 본회의 표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여야 원내교섭단체가 추천한 재판관 후보자들, 즉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같은 날 본회의에서 ‘패키지’로 표결을 실시, 선출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져왔는데 이번에 깨진 것이다.

◆자기 당이 추천한 후보자 낙마조차 감수?

특히 인사청문 과정에서 위장전입, 자녀의 고액 학비 등 의혹 등이 불거진 김 후보자에 대해 야당들이 일제히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후보자 3명 전부의 선출 절차가 ‘올스톱’됐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은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된 한국당 추천 이종석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격·임명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사퇴가 없으면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본회의 표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심지어 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의 낙마조차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이 재판관 후보자를 다른 이로 교체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존 후보자의 사퇴 또는 낙마로 새 후보자가 추천되면 인사검증부터 청문회, 본회의 표결까지 절차가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회의도, 평의도 열 수 없는 헌재의 기능 마비 상태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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