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카시트 들고 다녀라?'..개정 도로교통법 '논란'
[앵커]
어제(28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습니다.
모든 도로에서 뒷 좌석도 안전띠를 매야하고, 만 6살 미만 영유아는 유아용 카시트를 착용해야 합니다.
또 자전거를 탈 때는 안전모도 써야 합니다.
모두 안전 때문입니다.
예컨대 자전거 사고 사망자는 해마다 백명 안팎에 이르는데, 이들 가운데 88% 이상이 안전모를 쓰지 않았는데요.
이런 피해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데, 여론은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 자전거 이용자들은 법 시행 이틀만에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경찰은 카시트 단속을 잠정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둘러싼 논란, 무엇이 문제인지 최유경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자전거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 지 이틀째, 한강시민공원에 나가봤습니다.
1시간 가량 지켜봤지만 안전모 쓴 사람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이영준/경기도 안양시 : "짧게 짧게 타는 편인데 그때마다 자전거 헬멧을 들고 탄다는 거 자체가 많이 불편하고 또 자전거 헬멧을 쓰고 나면 머리도 망가지기 때문에..."]
자전거 대여점에서도 찬밥 신세입니다.
[김경태/자전거 대여소 직원 : "어제부터도 얘기를 해봤거든요. 얘기를 해도 그런 거에 대해서 별 반응이 없어요. 100명을 기준으로 해서 아마 5명도 안 쓸 거예요."]
안전모를 안 써도 처벌 규정은 없지만 벌써 반발이 터져 나옵니다.
자전거를 우선하는 도로 문화가 먼저라는 겁니다.
[공미연/맨머리유니언 : "차량이 자전거에 피해를 주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 안전의 책임을 개인, 자전거에 맡기는 잘못된 법이라고 생각하고요."]
6살 미만 영유아의 카시트 의무 착용도 논란거립니다.
전 좌석에 안전띠를 매도록 하면서 영유아는 카시트를 장착하도록 했는데, 택시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탈 때가 문젭니다.
[문경창/서울 마포구 : "아이도 데리고 가야 하는데 그 무거운 카시트를 들고 간다는 거 자체가 쉽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결국 시행 하루도 채 되기 전에 단속을 잠정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시내버스는 안전벨트 착용이 예외가 됐지만 입석 승객까지 있는 광역버스는 대상입니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그런 사각지대를 얼만큼 명확하게 만들고 범칙금보다도 계몽적인 부분들이 더 중요함을 강조할 수가 있습니다."]
경찰은 2개월 동안 계도 기간을 거쳐 오는 12월부터 범칙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안전을 위한 법 개정은 필요한 일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최유경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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