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北제재 완화" 미·영·프 "No".. 안보리서 격돌

김진명 기자 2018. 9. 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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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이사국 외교장관들 설전
왕이 中 외교부장(왼쪽),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미국·영국·프랑스와 중국·러시아가 대북(對北) 제재 유지 여부를 놓고 유엔 무대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이른바 'P5'로 불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은 27일(현지 시각) 안보리가 뉴욕에서 개최한 북한 비핵화 관련 장관급 회의에서 서로를 정조준한 화법으로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우리나라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9월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의 이행은 강력하고 틀림없이 이뤄져야 한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그런 면에서 모범을 보이고, 서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박 간 유류 환적, 북한산 석탄의 불법 거래, 북한 노동자 불법 초청 등 최근 중·러가 자주 저질러 온 제재 위반 행위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잠시 후 발언권을 얻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은 줄곧 압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해왔다"며 반격했다. 왕 부장은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서 중요한 약속과 행동에 나선 것을 감안할 때 안보리가 북한의 결의 준수 상황에 따라 제재 조치를 조정하는 조항의 발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또 "(북한의) 민생 개선에 유리한 실용적 협력 사업을 점진적으로 제한된 영역에서 전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발언자로 나선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되풀이되는 비핵화 약속이 진실하길 바라지만 지금까지는 구체적 조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행동이 언약보다 더 중요하고 말 뒤에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헌트 장관은 영국이 올해 선박 간 유류 환적 단속을 돕기 위해 해군 함정 두 척을 태평양 부근에 파견한 사실을 거론하며 "올해 하반기 세 번째 함정도 출동할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의 '북한 민생 개선' 발언을 겨냥하듯 "(북한) 정권은 불법적 핵무기 비축에 국가 자원을 허비하며 국민을 더 가난하게 만들어 왔다"고도 했다.

그러자 얼마 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몇 가지 중요한 조치들을 취한 만큼 현재의 긍정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 대가로 무엇인가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이 합의한 협력 프로젝트라도 이행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를 고려해 보자"고 했다.

곧바로 발언 순서를 이어받은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상징적이지만 되돌릴 수 있는 제스처보다 더 많은 것을 하기 바란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신고하는 것이 첫 번째 구체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원하니 자기 의도를 믿어달라'는데, 우리는 그의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핵무기가 제거되고 북한 핵 과학자들이 해산될 때까지 안보리의 압박은 계속돼야 한다"고 맞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사국' 자격으로 거의 마지막쯤 발언했다. 하지만 7분14초에 달하는 강 장관의 발언 중 향후 대북 제재 방향에 대한 언급은 "한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확고한 진전을 위해 북한과 계속 대화(engage)하면서도 안보리 제재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란 한마디뿐이었다. 역시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은 "제재 회피 행위를 막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6일(현지 시각) 유엔 본부에서 열린 비동맹(NAM) 외무장관회의 연설에서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세력이 앞에서는 평화 문화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에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하면서도 미국 등 특정 국가를 거론하진 않았다. 작년까지 유엔총회에서 고립되다시피 했던 리 외무상은 올해는 미·중·일·러 외교장관 모두와 회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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