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 "많이 아팠지만..다시 '흥궈신'으로 돌아가야죠" [김원겸의 The 깊은 인터뷰]

입력 2018. 9. 28. 06:57 수정 2018. 10. 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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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임을 내려놓고 가수의 자리로 돌아온 김흥국. 가을 새 음반 발표를 준비하는 그는 유튜브 1인 방송도 계획하고 있다. 제목은 ‘김흥국의 들이대쇼’로 정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내홍·억울한 미투 논란 접고 대한가수협회장 퇴임하는 김흥국 솔직히 임기 채우는 게 쉽지 않았지 투표로 뽑아줬으면 믿음도 줬어야… 이미지 타격? 언젠가 진실 밝혀질 것 재임 중 아이돌 회원 2배 늘어 뿌듯 15년 만에 ‘기러기 아빠’ 생활 청산 딸 아이 美 수능 뒷바라지에 즐겁다

“이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하루 빨리 좋은 음악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또 즐거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흥궈신’답지 않게 차분했다. 가식 없이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40년 가까이 가수로, 예능인으로 인기를 이어온 김흥국(59)은 뭔가 조심스러운듯 말을 아꼈다. 그을린 얼굴, 까칠한 수염은 여전했지만, 전에 볼 수 없었던 진지함은 지난 몇 달간 겪은 풍상에서 온 듯했다.

‘흥궈신’(흥을 돋워주는 예능신)이란 수식어로 잘 나가던 김흥국은 자신이 회장을 맡은 대한가수협회 내홍과, 연이어 불거진 ‘미투’ 논란으로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한 30대 여성이 3월 제기한 ‘미투’ 논란은 경찰의 무혐의 결론으로 두 달 만에 종결됐지만, 마음고생과 스트레스로 불면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 김흥국은 해당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했고, 현재 그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억울한 ‘미투’ 논란을 벗은 데 이어 29일엔 대한가수협회장 3년 임기를 마친다. 새 회장으로 추대된 이자연은 27일 취임식을 가졌다.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흥국을 서울 반포동에서 만났다. 홀가분할 만도 하지만 그는 연신 조심스러워했다.

가수 김흥국.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나도 반성 많이 해…이젠 고소·고발 없는 가수협회 되길” -우선 회장 임기를 마치는 소회가 궁금하다.

“3년의 시간,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임기 채우는 게 쉽지 않았다. 남진 회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협회를 지켜주셨다. 살다보면 많은 일들을 겪는데, 진실이 밝혀지기 전부터 미리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 (소송이)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김흥국은 대한가수협회 전 임원 A씨와 갈등을 빚어왔다. 대한가수협회는 3월 A씨를 보직 해임 및 업무 중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고, 이에 A씨는 4월부터 7월까지 김흥국의 폭행, 횡령 등을 주장하며 세 차례 소송을 제기했다.

-어쩌다 협회에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과거 회장직은 추대였다가 내가 처음으로 경선(투표)으로 당선된 회장이었다. 투표로 됐으면 회장이 잘 할 수 있을까 의심보다는, 일을 잘 하게끔 도와주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임기 동안 협회를 발전시키고, 멋진 협회로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모든 분들이 협회와 회장을 믿고 똘똘 뭉치는 것이 필요하다.”

-가수협회장은 어떤 이권이 생기는 자리인가.

“가수협회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협회장은 월급도 없고, 법인카드도 없다. 오히려 돈이 필요할 때 사비를 들였다. 사정이 이런대도 누군가 회장을 흔든다면 누가 회장 자리를 하려고 하겠는가.”

김흥국은 2015년 취임 일성으로 “가수의 위상을 높이고, 안팎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수협회 홍보를 위해 방송가 예능프로그램을 종횡무진 했다.

-회장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부분도 있지 않나.

“임기 초반에 많이 좋았다.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서 가수협회 홍보를 많이 하다보니 어린 아이들도 협회의 존재를 알 정도였다. 다른 음악관련 단체에게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런지 협회가 (어떤 이득이 생기는)엄청난 자리인줄 알더라. 가수협회장이 처음엔 아무도 안 하려는 자리였는데 나로 인해 서로 하려는 자리가 됐다. 그러다 지금 (내홍을 겪으면서)다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임기 동안 회원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임기동안, 특히 어린 후배들로부터 ‘협회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협회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했고, 아이돌 가수들이 신규 회원으로 많이 가입했다.”

-새 회장과 협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협회에 마지막 인사로 ‘더 이상 고소·고발이 없는 협회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다들 한 식구들인데, 고소·고발로 팬들에게 실망을 주는 게 좋지 않다. 나도 많이 반성했다. 협회가 더 잘되고 발전하도록 새 집행부를 도와줬으면 한다. 협회가 전국의 실력 있고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그들이 무대에 설 수 있고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가수 김흥국.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가족의 소중함 느낀 시간들, 이제 좋은 노래 들려주고파”

김흥국은 가수협회 내홍과 더불어 ‘미투’ 논란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논란이 겹치면서 김흥국은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논란이 불거지고 어떻게 지냈나.

“답답할 때마다 절에 갔다. 흥국사 봉은사 무상사 등 여러 곳을 다녔다. 앉아서 참선하다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수양이 되는 기분이었다. 명예회복도 하고, 추후 활동도 재개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축구하러 나갔다.”

-여러 논란을 겪으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아들과 딸한테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줘야 하고, 아내에게도 그런 남편이 아니란 확신을 주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했다. 인생 60에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됐다. 그동안 바쁘단 핑계로 학비와 생활비만 보냈지 가족과 같이 지낸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도 아버지가 곁에 있고 없고 차이가 컸다고 하더라.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도 새삼 느끼고 있다.”

김흥국은 두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낸 후 15년 동안 ‘기러기 아빠’로 생활했지만,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 가족이 함께 살게 됐다.

-가족들도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에 충격이 컸다. 실망도 있었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니까(오해를 풀게 됐다). 나도 가족의 힘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가족과 지내는 생활이 어떤가.

“국제학교 다니는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10월 초 대학 입학을 위해 SAT(미국판 수능)를 봐야 하는데, 아침 8시에 나가서 밤 10시까지 공부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게 됐다.

“처음엔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잘 듣지 않더라.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싶더라. 빨리 활동에 나서서 팬들을 만나 즐겁게 해드리고 좋은 노래를 발표해야 한다. 지금은 아무리 설명해도 안 들으려 한다. 좋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좋은 작품’은 준비하고 있나. “‘59년 왕십리’ ‘호랑나비’ 등을 만든 이혜민 작곡가가 나를 위해 곡을 만들어뒀다. 명절 전에 연습도 했다. 가을에 음반을 내려고 한다. 이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명예회복을 위해선 신곡이 히트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겠다.

“노래가 뜨고 안 뜨고를 떠나, 노래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물론 팬들이 박수를 쳐줄까, 두려움도 있다. 좋은 노래를 부른다면 다시 시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곡 발표 외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유튜브 1인 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일단 제목은 ‘김흥국의 들이대쇼’로 정했다. 나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게스트도 초대해서 이야기도 나누는 형식이다. 틀에 박힌 것 말고 내 스타일대로 ‘들이대면서’ 해보고 싶다.”

김흥국은 인터뷰를 하면서 한 번 환한 표정을 지었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꺼내면서다. “딸을 학교에 바래다주면서 AFKN 라디오를 틀었는데 방탄소년단 ‘마이크 드롭’이 나오더라. 충격이었다. 그간 AFKN에서 한국 노래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방탄소년단이 참 대단하다. 가수 선배로서 감동받았다. 앞으로 이런 후배들이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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