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과정 폐지..韓경제 전문 '토종 박사' 키운다

류영욱 2018. 9.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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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0% 석박사 통합
7~8년 걸리던 박사 취득
5년 패스트트랙으로 단축
'해외유학 준비반' 오명 탈피
서울대 경제학부가 이르면 2020학년도부터 석사과정을 전면 폐지하고 석·박사 통합과정 중심으로 대학원을 전면 개편한다. 당장 내년 1학기 대학원 신입생 모집부터 석사과정 정원을 기존의 20% 수준으로 확 줄이고 석·박사 통합과정 정원을 전체 대학원 정원의 80%가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경제학자 양성의 산실인 서울대 경제학부가 '해외 박사과정 유학준비반'이라는 오명을 불식하고 소득 분배 악화, 고령화, 고용절벽, 금융위기 관리 같은 한국 경제 현안과 과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토종 박사를 적극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6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경제학부는 직전 학기까지 63명이었던 석사과정 모집정원을 올해 하반기에 진행되는 내년도 1학기 대학원 신입생 전형부터 11명으로 축소하고 석·박사 통합과정을 기존 2명에서 35명으로 대폭 늘리는 내용의 대학원 입시요강 개편안을 교육부 승인을 거쳐 최근 확정했다.

석사 학위 소지자나 취득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박사과정 모집정원도 17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든다. 서울대는 이르면 2020학년도 1학기 대학원 신입생 전형부터는 아예 석사과정 신입생 모집을 폐지하고 석·박사 통합과정과 약간의 박사과정으로 대학원 모집 전형을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만약 석·박사 통합과정에 들어갔다가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고 중도에 다른 사유로 학업을 중단하면 석사 학위까지 인정받는 '퇴로'가 열려 있지만 석사 취득만을 목적으로 한 석사과정은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다. 다만 서울대 경제학 석사 취득만을 원하는 희망자에게는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가 이 같은 대학원 개편에 나선 이유는 석사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비효율적 대학원 운영에 따른 한계와 글로벌 대학들과의 경쟁력 약화를 막고 한국 경제 진단에 특화한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다. 남북 경제 통합, 초고령화 등 우리나라 특유의 경제적 맥락과 특수성을 고려해 국내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국내 제도의 특징을 감안한 로컬 연구를 수행하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학제 개편 기획위원을 맡은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다 한국으로 들어온 인력은 대부분 자신들의 연구 분야만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며 "석·박사 통합과정을 통해 국내 경제 맥락에 정통한 서울대 출신 경제학 박사를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경제학 박사를 연간 25명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각각 이수해야 하는 기존 시스템에 따라 불필요한 중복 절차가 많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서울대는 이처럼 석·박사 통합과정을 중심으로 대학원 과정을 개편하면서 기존 평균 7.8년에 달했던 박사 학위 취득 기간을 5년 안팎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등 국내 대학의 석사 학위가 미국 등 국외 유명 대학 박사과정에 진입하기 위한 '유학준비반'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 의식도 한몫했다. 최근 3년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등 국내 주요 연구소에서 신규 채용한 경제학자 중 국내 경제학 박사 출신은 16.5%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진 수준에 비해 대학원 커리큘럼과 배출 인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공통된 인식이 교수들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높아진 것도 개편의 또 다른 배경이다. 외국 대학 출신 한국인 박사 졸업자들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외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현상인 소위 '두뇌 유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속 세대 양성이 단절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석사과정에 들어간 인재가 박사과정까지 쭉 이어지게 유도함으로써 국제적 수준에 걸맞은 토종 박사를 키운다는 의미다.

이 대학 경제학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경제혁신센터는 이번 학제 개편의 목적과 맞닿아 있다.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에서 모티브를 따온 한국경제혁신센터는 △'선진도상국' 함정 회피 및 잠재성장률 제고 △'저성장-저실업' 균형 가능성 분석 △금융 거시경제 안정화 방안 △경제 형평성 제고와 사회 통합 △한국 경제 발전 경험 이론 모델화 △새로운 공정거래 및 규제 혁신 방안 △남북한 경제 통합 시나리오와 정책 △세계 경제 속 한국 경제 및 정책 등 한국 경제의 현안을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서울대 측은 "한국경제혁신센터가 하드웨어라면 서울대 출신 경제학 박사들은 기관을 채워 줄 소프트웨어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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