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승리' 자신, 中 '버틸' 자신.. '新경제냉전' 우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입력 2018. 9. 26. 15:23 수정 2018. 9. 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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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국, 24일 또 관세 주고받기.. 트럼프는 유엔총회 연설서 中 비난
【유엔=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자 각국 대표들이 웃음을 터트렸다고 미국언론들은 전했다. 2018.09.26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이 승리를 자신하며 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고, 중국은 협박 속에선 협상을 할 수 없다며 버티기에 본격 돌입한 모습이다. 양측이 물러설 기미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과 구 소련이 대치했던 냉전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신 경제 냉전'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美 "우리가 이기게 될 것" vs 中 "협박 속 협상 없다"=26일 중국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2000억 달러와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공격을 주고 받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마찰의 사실과 중국 입장'이라는 백서를 발간했다. 이어 25일엔 관련 정부 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을 강화했다. 중국 정부가 백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내놓은 핵심적인 메시지는 '미중 무역은 윈윈 관계다' '대화 해결을 원하지만 관세 협박 속에선 협상할 수 없다' '무역전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체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등이다.

미국이 먼저 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한 타협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고통스럽겠지만 버텨낼 힘이 있다는 얘기다. 롄웨이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25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영향과 관련해 "영향을 피할 수 없지만 리스크를 전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며 "중국 경제가 내수 확대와 고질량 발전을 촉진해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미국은 계속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중국은 보복할 실탄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데 이어 북핵 문제에 주력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은 수년간 해온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은 이길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친구 시진핑 중국 주석에 대한 큰 존경과 애정을 갖고 있지만 나는 우리의 무역불균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면서 "중국의 시장왜곡과 거래방식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대치가 고조되면서 미국의 요청으로 오는 27~28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중 고위급 협상도 취소된 상태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8.09.1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물러설 기미 없는 미중…'新 경제 냉전' 오나 =양측이 타협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신 경제 냉전'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정·재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간 '신 경제 냉전(Cold War)'이 시작됐으며, 냉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징 울리히 JP모건체이스 아시아태평양 부사장도 지난 20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패널토론에 참석해 "이제 우리는 현재의 (미·중간) 무역전쟁이 경제 냉전이 될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외부 압박 때문에 국내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 주도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화권 유력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런 전망에 가세했다. SCMP는 25일 게재한 분석 전망 기사에서 미국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에 중국 정부의 정책을 구현하는 선봉대인 국유 기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경제 통제에서 가져오는 혜택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구 소련에 비해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이 더 크다는 점도 양보와 타협보다는 냉전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 소련 경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던 1970년에도 13%에 불과했지만 중국은 이미 세계 경제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고 성장 속도도 미국보다 빠르다.

1960년대 초의 대기근부터 문화혁명 때 10년간의 혼돈 시기, 천안문광장의 민주화 운동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 과거 고난을 이겨낸 경험도 중국의 지배 계층들이 타협보다 응전을 선택하는 논거가 될 수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미국도 이미 판을 크게 벌린 상황에서 물러설 여지가 적다. 어정쩡하게 타협할 경우 중국 정부에 중국 경제 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더 높여주고, 미국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MP는 "무역 전쟁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맡고 있는 제조 기지와 잠재 소비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중국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세계 경제가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는 것이 보다 손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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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song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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