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통영 흉물에서 문화·예술 메카로..'한국판 말뫼' 시동

권소현 2018. 9.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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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폐조선소 신아SB 재생사업 마스터플랜 선정
크레인과 도크 창의적 활용..창업센터 등 일자리 창출 기여
공예와 예술 등 전통적인 12 공방 모티브로 교육 프로그램
플랜 기초로 내년 하반기 내에 기본계획 수립
지난 2015년 폐업한 신아SB조선소에 남은 골리앗 크레인과 슬라이딩 도크가 이 곳이 조선소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신아SB조선소를 재생하는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은 작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경제기반형에 선정돼 올해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680억원에 부지를 매입했다. [사진=권소현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차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경남 통영시 도남동 미륵도 북단. 신아SB·한국야나세·해진 등 통영 중소형 조선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한때 일감이 넘쳐 도크마다 건조 중인 선박으로 가득했고 24시간 용접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모든 크레인이 멈춰 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박 발주량이 뚝 끊긴 이후 어려움을 겪다 현재는 모두 휴·폐업한 상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나갔던 신아SB조선소 본관 7층에서 내려다본 부지는 그야말로 황량했다. 골리앗 크레인 한 대만 덩그러니 서 있었고 도크에는 기름때만 남아 있었다. 텅 빈 창고엔 녹이 잔뜩 슬었다.

이렇게 흉물이 된 신아SB조선소가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문화 허브로 다시 태어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일 신아SB조선소 본관에서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당선작인 ‘통영 캠프 마레’ 시상식을 갖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70년 향토기업이 문닫자 발생한 도시 문제…‘재생’으로 푼다

신아SB조선소는 1946년 목선을 만들던 작은 조선소에서 시작했다. 중형 조선소임에도 한때 선박 수주량에서 세계 16위까지 올랐고 직원이 5000명에 달해 통영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기업이다.

하지만 조선업 활황기에 과도한 투자가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선박 발주가 줄면서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세 차례 매각공고 끝에 새 주인을 못 찾아 결국 폐업했고 정규직 1300명과 협력업체 2800명 등 총 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늘 불야성이었던 인근 상권도 죽었고 공실률도 치솟았다.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기업의 폐업이 도시문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LH가 지역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은 작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유일한 경제기반형 사업으로 선정됐다. 사업비 총 1조1000억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LH가 통영의 여러 폐조선소 중에 신아SB를 택한 것은 천혜의 입지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 앞바다가 있고 뒤로는 미륵산이 위치해 있다.

박상우 LH 사장은 “성동조선소 같은 곳은 위치가 좋지 않지만 신아SB조선소는 관광명소와 가까운 곳에 있다”며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 음악가 윤이상 등이 통영 출신이어서 예술 자원이 풍부하고 근처에 케이블카와 루지도 있어 이 프로젝트가 잘 되면 통영이 가진 자산들을 화룡점정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지난 4월 신아SB조선소 부지를 680억원에 매입한 후 4월 초에 국제공모 공고를 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통영 폐조선소를 스웨덴의 말뫼나 스페인의 빌바오, 영국 리버풀 못지않게 재생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는 의지에서다. 국제공모 결과 포스코에이앤씨 컨소시엄의 ‘캠프 마레’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 국제공모전 당선작 ‘캠프 마레’ 조감도[LH 제공]

◇통영 관광·예술 자원 집약…폐조선소 기억 담은 랜드마크로

‘캠프 마레’의 기본 개념은 통영의 관광자원에 지역 전통과 공예, 예술을 더한 문화복합시설이다.

통영의 공예와 예술 등 전통적인 12공방을 모티브로 ‘12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 제작, 통영 음악, 나전칠기, 관광창업, 바다요리 등 통영만의 전통을 주제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 대상 평생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존 본관과 별관 건물을 활용해 창업지원센터와 신산업 업무복합시설을 설치하고 리조트와 수변해양시설, 상업시설을 넣어 통영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크와 크레인은 한때 영화를 누렸던 통영 폐조선소를 기억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활용한다. 당초 LH는 채권단에 동산과 부동산 분리 매각을 요청해 땅만 사들였지만 이후 골리앗 크레인만 다시 매입했다. 골리앗 크레인은 아파트 17층 높이로 앞뒤 이동이 가능하고 무거운 자재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만큼 영화 관람을 위한 거대한 스크린을 달거나 컨테이너 카페 등을 매다는 등 창의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바다를 향해 기울어져 있는 슬라이딩 도크 상부에는 광장을 조성하고 하부에는 이노베이션 센터 등 여러 실내공간으로 만든다. 선박 도장을 하던 곳은 공방이나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 R&D 센터가 있는 곳은 리조트와 상업시설을 짓고 바닷가와 접해 있는 곳에 타운하우스를 지어 주거공간도 확보할 방침이다.

상업리조트와 휴양주거공간, 문화예술공간 일부는 매각해 민간 투자를 통해 개발한다. 가처분 면적 중 45% 정도를 매각할 수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독일 건축사무소 헨 게엠베하 소속 건축가 대니얼 페스타그는 “덴마크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쇠락한 조선소를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많다”며 “통영은 아름다운 관광자원과 문화예술적인 자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재생사업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마레’의 기본 틀에 이번 공모전에 응모한 다른 아이디어를 일부 덧붙이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하반기까지는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고용 창출 효과나 경제적 부가가치 등은 기본계획 윤곽이 나오면 추정 가능하다.

황상희 포스코 A&C 대표는 “8개사가 통영의 미래와 도시재생에 대해 깊이 고민한 끝에 해양, 문화예술, 관광을 주제로 ‘캠프 마레’를 제시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말뫼의 눈물이 아니라 통영의 웃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신아SB조선소 토지이용 구상도[LH제공]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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