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라진 MB 기념비..그리고 수문 여는 이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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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3개 보 중 유일한 수문 부분 개방
“쏴아아아~.”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찾은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이포보(洑). 짙푸른 색의 한강 물이 높이 6m, 길이 521m의 이포보 위를 살짝 넘쳐 하류 쪽(양평)으로 쉼 없이 흘렀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에 따르면 다음달 초 이포보 수문이 부분 개방된다. 준공 6년 4개월 만이다. 한강에서 운용 중인 3개 보 중 유일하게 개방을 앞두고 있다. 여주·강천보는 주변 생활용수 취수문제로 수위를 낮추기 어려워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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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개방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다음 달 2일 이포보 부분 개방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여주시민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찬성 쪽은 재자연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쪽은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포보 전망대에서 직선거리로 200m쯤 떨어진 천서리막국촌에서 만난 주부 김모(42)씨는 “더러운 물에 산다는 실지렁이(수질 4급수 지표종)가 남한강서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보를 개방하면 당연히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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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개 축구장 잔디 덮을 수 있는 준설토
보 수문의 개방여부에 정부 당국의 관심이 쏠린 사이 ‘준설토’ 처리문제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여주보 전망대(능서면 왕대리) 3층에서 천남지구공원을 바라 보면, 공원 바로 뒤로 야트막한 ‘인공 야산’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4대강 사업 당시 강바닥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쌓아 생긴 것이다. 잡초 등이 자라 마치 야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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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MB 막국수촌 방문 기념비는 어디로
한때 천서리막국수촌 초입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하는 비가 설치돼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11년 10월 22일 여주 이포보 일원에서 열린 ‘4대강 새 물결 맞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여주 지역을 방문한 적 있다. 행사 당일 이 전 대통령은 이포보 외에 천서리도 찾았다. A막국수 대표 B씨(58)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비를 세웠다고 한다. 성인 허리쯤 오는 크기의 비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무늬와 이 전 대통령의 친필사인 등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 기념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기념비가 사라졌다고 한다. B씨는 “천서리를 찾은 젊은 사람들이 (이 전 대통령 방문) 기념비를 향해 욕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심지어 비 주변에 침까지 뱉더라”며 “더는 안되겠다 싶어 철거해 다른 곳에 보관해 놓았다”고 말했다. 사라진 MB 기념비와 6년 만에 수문을 여는 이포보는 4대강 사업의 묘한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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