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착카메라] 도심 속 체험형 동물원..동물에겐 '끔찍한 체험'

구혜진 2018. 9. 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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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어나 처음으로 4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죽은 퓨마를 보면서 '동물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물들의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늘(25일) 밀착카메라는 최근 도심에서 늘고 있는 '체험형 동물원'은 어떤지 들여다봤습니다.

괴로워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구혜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얼굴을 보여줄게. (귀여워)]

도심에서 동물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입니다.

최근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선보이는 곳들이 늘고 있습니다.

신도시의 한 복합 쇼핑몰입니다. 이 건물 지하 1층에는 동물원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동물들과 함께 놀 수 있다고 해서 최근 유행하는 체험형 동물원입니다.

직접 동물에게 먹이도 주고, 동물과의 교감도 시도합니다.

색다른 경험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문제는 동물을 키우는 환경입니다.

대부분의 체험형 동물원들이 건물 내부에 있다보니 야생동물이 살던 자연 환경을 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햇빛을 받지 않는 곳이 많고, 흙이 아닌 콘크리트나 고무 바닥에 생활하기도 합니다.

어린 관람객들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동물원 직원 : 꼬리 만지는 거 안 좋아해요. 눈으로만 봐주세요.]

거북이 등에 올라가려는 아이를 부모가 제지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동물원에서는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사막여우를 안고 사진을 찍게 합니다.

실제 동물원마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동물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라쿤이 같은 자리를 빠르게 반복해서 돌아다니고, 다른 동물원의 하이에나도 비슷한 행동을 보입니다.

육지거북은 계속해서 유리창에 얼굴을 부딪치기도 합니다.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정형행동입니다.

좁은 공간과 함께 동물의 습성을 배려하지 않는 사육 시설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낮은 천장에 황새는 날지 못하고, 육지 동물이지만 땅을 밟지 못한채 공중에만 고립돼 생활하기도 합니다.

바로 옆에서 천적인 새의 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미어캣들은 경계심을 늦추기 어렵습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공간의 제약이 있다 보니까 동물을 높은 곳에 매달아 놓은 채 전시를 하고요. 구조물 위에만 있다 보면 동물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요.]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관련 법에 따르면 동물원은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신청만 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동물에게 제공해야 하는 환경이나 관련 시설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생태계를 재현한 환경에서 습성을 유지하면서 사육 시설을 조성하는 추세입니다.

동물을 키우며 음료까지 파는 카페의 경우 신고 규정조차 없습니다.

굴을 만드는 습성이 있는 미어캣은 바닥에 금이 간 곳을 찾아다니며 발로 파고, 너구리 등 다른 동물에 공격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진짜 물었어. (노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동물원이나 동물카페에 대해 안전과 위생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야생동물은 흔히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과 달리 행동을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인수공통 질병에 감염되는 원인이 될 수 있고요.]

동물 카페나 체험형 동물원은 동물의 생태적 습성에 대한 고려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행복해야,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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