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추석보다 설에 돈이 더 풀리는 이유

2018. 9. 24. 15:46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은 명절 때 화폐공급액 5조원가량
세뱃돈 문화로 추석보다 설이 10~20% 많아
연휴기간 길고 월말일수록 현금수요 더 늘어

[한겨레]

설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시중의 현금수요가 늘고,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등에 공급하는 화폐공급량도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사진은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을 불출하는 모습. 한국은행 제공

오곡이 익어가는 계절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한가위는 예로부터 풍요의 상징이었다. 먹을거리가 넉넉한 시절이기에 이웃 간의 인심도 좋았다. 먹고, 마시고, 즐길거리가 넘쳐났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돈도 넘쳐났다. 명절을 나는 데 필요한 제수용품이나 먹거리, 입을거리 등을 사고파는 상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가정에서도 그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이들 모두 모처럼 받게 될 용돈에 맘이 들떴다.

실제 돈에게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은 최고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매년 설과 추석 즈음해 ‘화폐공급 실적’이라는 보도자료를 낼 정도다. 이 자료를 보면, 설 또는 추석 직전 10영업일 동안 화폐공급액(발행액-환수액)은 5조원 전후다. 명절을 앞두고 하루 5천억원가량씩 시중에 풀리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는 몇가지 재밌는 패턴이 있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추석보다 설이 호황…이유는 세뱃돈 2011~2016년 사이 설과 추석 직전 10영업일 평균 화폐공급액은 각각 4조9161억원, 4조3476억원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순발행액이 431억원임을 고려하면, 명절 때 현금 수요는 평소보다 10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특이한 점 가운데 하나는 설 때 공급되는 돈의 양이 추석 때보다 10~20%가량 많다는 점이다. 한은 김광명 발권기획팀장은 “설에 아이들에게 용돈을 더 많이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설에는 어른들께 세배하고,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봉투에 담긴 세뱃돈을 건네기에 새 돈이 그만큼 더 필요하다. 물론 추석 때도 용돈을 주고받지만, 아무래도 설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 연휴기간 길수록 늘어나는 현금 수요 하지만 지난해는 반대였다. 추석 때 화폐공급액이 7조156억원으로 전년(4조8943억원)보다 43%나 증가하면서, 설 때 순발행액 5조5579억원을 압도했다. 이는 연휴기간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추석(10월4일)은 수요일이었는데 개천절(3일)이 추석 전날 휴일과 겹치면서 6일(금)이 대체휴일이 됐고, 정부가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결국 10월 첫째주가 통째로 ‘빨간 날’이 되면서 9월30일(토)부터 한글날인 10월9일(월)까지 열흘 동안 ‘단군이래 최장’ 연휴가 이어졌다. 연휴기간엔 금융기관도 문을 닫는 만큼, 쓸 돈을 미리 찾아놓는 경향도 강해져 공급액도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 연휴가 월초·월말인지도 주요 변수 경제규모가 커지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인플레이션) 화폐발행액도 꾸준히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도, 감소하는 해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팀장은 “명절 연휴기간이 얼마냐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연휴 시기가 월초냐, 월말이냐에 따라서도 공급액 규모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월말에는 급여 지급 등 또다른 현금수요가 있는 만큼, 명절 연휴가 월말에 있을 경우 화폐공급액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연휴가 1월27일~30일이었던 지난해 설 때는 5조5579억원이 공급됐는데, 2월15~18일이었던 올해 설 때는 5조1714억원으로 7%가량 줄어들었다. 또 월초(2월9~11일)인데다 연휴기간이 사흘에 불과했던 2013년 설 때 공급액은 4조3836억원이었는데, 월말(1월30~2월2일)이고 연휴기간이 4일이었던 2014년 설 때는 20% 증가한 5조2540억원이 시중에 풀렸다.

명절이라고 새돈(신권) 수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빳빳한 새돈이 붙어 있으면 세기가 어려워 시장 상인이나 은행 현금지급기 등은 헌돈을 선호한다. 한국은행은 명절 때마다 ‘새돈 사용을 줄이자’는 포스터를 만들어 금융기관 등에 배포하기도 한다.

■ 시민들은 은행으로, 은행은 한국은행으로 한은에서 화폐공급량을 발표한다지만, 엄밀히 보면 이는 한은이 일반 시중은행 등에 공급한 현금 규모다. 명절을 맞아 국민의 현금수요가 늘어날 것을 고려한 시중은행들이 ‘은행의 은행’인 한은을 찾아 그만큼 돈을 찾아간다. 시민들이 은행을 찾듯이, 시중은행들도 한은을 찾아 예금해뒀던 돈을 인출한다는 것이다. 이 때 찾아가는 돈이 모두 새돈(신권)은 아니다. 김 팀장은 “보통 사람들은 새돈으로 돈을 주고 받으면 기분이 좋다지만, 은행 현금지급기(CD)나 시장 상인들처럼 반대인 경우도 있다”며 “또 새돈을 찍어내는 데는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해마다 명절 때는 새돈 사용을 줄이자는 신권선호완화 홍보용 포스터를 만들어 금융기관 등에 배포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