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중 무역전쟁, 불법 복제품에 보조금 제공하는 셈"

이주한 2018. 9. 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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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억 달러. 160억 달러에 이은 2천억 달러... 총 2천 5백 억 달러의 관세 폭탄에 맞선 보복 관세...북한 핵 문제에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지만 G2인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엔 암운만이 가득하다.

3차에 걸친 '맞불 관세'를 해결하기 위해 미중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공식 링에선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서로를 향해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미국은 여차하면 중국산 수입 제품 전체에 추가 관세 부과도 불사하겠다는 모양새다. 한해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은 5천 55억 달러, 우리 돈 563조 986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가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지만 'G2'의 활극이 한창인 무대 한켠에선 팔짱 낀채 미소까지 짓는 이들이 있다.

때아닌 호황에 입 못 다무는 중국 ‘복제품’ 시장

미 워싱턴 포스트는 불법 복제품 판매로 유명한 중국 베이징 실크마켓을 집중 조명했다.

명품 가방을 정가의 반값으로 살 수 있는 이곳은 요즘 고객과 유통업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관세가 부과로 진품과 복제품의 가격 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면 불법 복제품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법 복제품을 파는 한 상인은 "미국이 추가로 부과하기로 한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는 핸드백과 가죽, 실크가 포함돼 있다"면서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제품 가격을 보면서 가방을 여기서 안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남의 불행이 나에겐 행복이라는 말이 떠 오르는 상황이다.

영국의 한 항공사에서 일하는 29살 승무원은 최근 베이징 실크마켓을 찾았다. 불법 복제품을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프랑스 패션제품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정품보다 훨씬 산 125달러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기자에게 "이런 제품을 보면 저처럼 유혹을 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소에도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불법 복제품으로 골머리를 앓는 업계로선 비상이 아닐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 불법 복제품에 보조금 주는 셈”


미국 뉴욕에서 일하는 패션 부문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수잔 스카피디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진품 백에 부과되는 관세는 모조품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뉴욕에서 패션 유통업을 운영하는 레베카 민코프도 관세 시행에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주최로 열린 공청회를 통해 "핸드백을 포함한 패션 상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중국의 지하경제 성장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가뜩이나 골칫거리인 중국산 불법 복제품 때문에 진품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패션 산업이 불법 복제품으로 한 해 수십 억 달러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특히 복제품 제조업자들은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범죄단체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전 세계 불법 복제 시장 규모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경제 개발 협력기구, OECD는 전 세계 불법 복제품 거래 규모는 4,610억달러로, 이는 글로벌 의약품 거래 규모를 웃도는 수치라고 폭로했다. 특히 불법 복제품 핸드백의 85% 이상이 중국과 홍콩에 근거를 두고 있고, 이 가운데 미국 브랜드는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례로 8월말, 미 연방 정부가 적발한 중국산 불법 복제품 적발 내용을 보면 명품 패션 제품들이 22개 컨테이너에 실려 들어왔는데 액수는 5십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산층 소비자들이 관세 시행 이후 불법 복제품 구매를 늘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불법 복제품 거래가 쉬워진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도 인터넷을 통한 불법 복제품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시간에도 국제 거래는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중국 관리들은 지역 경제가 복제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당국의 공언이 허언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주한기자 (ju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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