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의 봄, 평양의 가을 됐다".."조·미대화 불씨 찾아줬다"

평양공동취재단·손제민 기자 2018. 9. 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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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방북 첫날 정상회담
ㆍ문, 교착상태인 비핵화 관련 북·미대화 재개 방안 꺼내
ㆍ김 “더 진전된 결과 예상된다” 중재 역할 기대감 드러내
ㆍ90분 예정됐던 회담, 30분 늘어나 김 설득에 공 들인 듯

남측 정의용·서훈, 북측 김영철·김여정 배석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서성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오후 2시간가량 정상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은 첫날 회담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 위험 감소 등 의제를 집중 논의했다. 두 정상은 오찬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식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공항 영접, 카퍼레이드, 백화원 영빈관 환담, 정상회담, 환영만찬 등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회담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올해 조성된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를 서로 상대방의 결단, 노력 덕분이라고 추어올리며 성과 있는 회담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이 됐다. 다섯 달 만에 세 번을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또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었고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은 김 위원장 결단에 의한 것이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지고 있고, 져야 할 무게를 절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8000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며 “전 세계도 주시하고 있고 전 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총평을 말하자면 문 대통령께서 능력을 발휘하셔서 북과 남 사이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고 북남관계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조·미대화, 수뇌상봉의 불씨를 잘 찾아내고 키워주셔서 조·미 수뇌상봉이란 역사가 생겨났다”며 “북남 문제를 비롯해 지역정세 안정을 위해 노력하면서 주변국과 계속 소통해 앞으로 조·미 사이에도 계속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된다면 그게 다 문 대통령이 기울이신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명록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장소인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를 방문해 방명록에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라고 썼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서성일 기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님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두 정상은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북·미대화 재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초기 조치 등을 미국과 어떻게 주고받을지 김 위원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서울을 출발하기에 앞서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정도로 북·미 교착 해소를 이번 방북의 최우선 의제로 천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 북한이 미국에 기대하는 체제안전 보장 방안 등에 대한 생각을 문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사의를 표하며 북·미 간의 “더 진전된 결과”를 언급한 것으로 미뤄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동결 조치 등 북·미 교착을 풀기 위한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에게 이러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또다시 북·미관계 중재 역할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당초 회담 시간은 90여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30분가량 연장됐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핵시설 폐기, 신고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설득하면서 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다음날 양국 국방장관들의 서명을 위해 실무선에서 논의해온 군사합의서에 담길 긴장완화 조항들도 최종 점검했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는 남측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의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두 사람이 이날 나눈 대화와 분위기로 미뤄볼 때 19일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이 도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백화원 영빈관까지 안내해준 김 위원장에게 “우리 사이에 신뢰와 우정이 쌓였기 때문에 잘될 것으로 본다”며 낙관론을 비쳤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앞으로 우리 인민들, 북과 남의 인민들의 마음과 기대를 잊지 말고 온 겨레의 기대를 잊지 말고 빠른 노력으로 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평양공동취재단·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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