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조덕제 '무죄' 뒤집은 재판부..안희정 '업무상 위력'도 유죄로 바꿀까

이혜리 기자 2018. 9. 1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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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닮은 두 사건 항소심 재판부 동일…핵심 쟁점 판단에 관심

영화 촬영현장에서 여배우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 13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배우 조덕제씨(50) 사건의 1심과 항소심에서 유무죄를 가른 지점은 ‘고의’에 대한 판단이었다.

조씨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지시에 따랐더라도 강제추행의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 재판부는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3) 항소심 사건도 맡게 돼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18일 경향신문이 조씨 사건의 1심과 항소심, 대법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이 엇갈린 대목은 조씨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언학 부장판사)는 조씨가 속옷을 찢고 바지 속에 손을 넣는 정도로 연기할 것이라는 점을 피해자 반민정씨가 몰랐다고 인정하면서도 “감독이 반씨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책임을 감독에게 넘겼다. 조씨에게 강제추행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감독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반대였다. 재판부는 “설령 조씨가 감독의 일방적인 연기 지시에 충실하게 따르려는 의도로 반씨를 만졌더라도 반씨에게 승낙을 받지 않은 이상 단지 정당한 연기였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반씨의 동의 여부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이어 “(조씨가) 애초부터 계획적·의도적으로 추행의 목적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기보다는 연기 과정에서 순간적·우발적으로 흥분해 추행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적·의도적 행위가 아니었다거나 감독의 연기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서 추행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장면이 미디엄 샷(인물의 허벅지 중간부터 머리까지 포착하는 샷) 또는 바스트 샷(인물의 가슴부터 머리까지 포착하는 샷) 촬영이었고, 이를 아는 연기 경력 22년차의 조씨가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 바지 쪽에 손댈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독은 이 장면이 얼굴 위주 촬영이라고 말해 조씨 행위는 감독의 연기 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거나 정당한 연기를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사건도 맡게 된 이 재판부가 안 전 지사 사건에서는 ‘고의’ 여부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 측은 1심 때 간음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안 전 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의 행사를 인식했을지 의문”이라며 고의를 부정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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