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새 선언·합의 중요하지 않아"..북·미 중재 집중
[경향신문] ㆍ의례적 덕담보다 ‘종전선언·비핵화 조치’ 바로 꺼낼 듯
ㆍ김 위원장 ‘대승적 결단’ 기대…군사적 긴장완화도 의제

평양행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화두는 한반도 비핵화·평화구축을 위해 북·미대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4·27 판문점선언 이행 등 남북관계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을 논의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에도 문 대통령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17일 정상회담의 세 가지 의제로 남북관계 개선, 북·미대화 중재·촉진,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협 종식을 언급하면서, 북·미대화 촉진에 가장 무게를 뒀다.
■ 최우선 과제는 “북·미대화 촉진”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선언이나 합의를 더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며 “4·27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그간의 남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있던 합의를 차근차근 실천하며 남북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급한 것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것보다 비핵화 의제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또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것”을 중요 의제로 제시하며 “우리가 주도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와 북측의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보장을 위한 상응조치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평양 도착 몇 시간 뒤 마주 앉을 김 위원장에게 의례적 덕담보다는 종전선언과 비핵화 초기 조치 등을 미국과 어떻게 주고받을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미 간에 조율된 종전선언 논의 경과를 설명하고, 종전선언이 있을 즈음 핵 동결, 핵 신고·검증 등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얻어내는 것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세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한반도 평화를 함께 지키기 위한 김 위원장의 대승적 협조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18일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별도의 출국 발언을 하지 않는데, 이 역시 중압감의 반영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임 실장은 “비핵화 진전과 관련된 합의가 있을지,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합의문이 아니면 구두합의가 될지 모든 부분이 블랭크(백지) 상태”라고 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미국에선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풀려 중재한 것 아닌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의 진실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하다”고 했다.
■ “무력 충돌 위험 근본 제거”
정부는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분야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 군사적 대치상황으로 인한 긴장과 무력충돌 가능성, 전쟁 공포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주요 회담 의제로 언급했다. 지난 14일 남북 장성급회담에선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비무장화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가 어느 정도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임 실장은 “무력 충돌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전쟁의 위험을 해소하는 이런 의미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4·27 판문점선언 이행 등 남북관계 발전 문제도 의제다. 문 대통령은 북한 내 철도·도로 개설 협력 등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범위 내에서 한 단계 더 진전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 문 대통령과 정부의 고민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과 상시상봉 등에 대한 김 위원장의 추가 약속을 얻어내는 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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