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난민 혐오"..주말 도심서 난민 찬성·반대 집회 열려

전현진 기자 2018. 9.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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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서 난민 신청자들과 지지자들이 난민 혐오에 반대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정부가 제주도 예멘 난민 일부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용한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난민 지지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에 대한 혐오”라고 외쳤다. 인근에선 난민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주말인 16일 오후 2시 비가 내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선 난민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 집회가 17개 시민·인권 단체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난민·이슬람 혐오를 반대하고, 정부에 난민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주최 측은 “난민 혐오 세력들은 ‘혐오가 아닌 안전을 원한다’고 주장하지만, 난민이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 어떤 합리적인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난민 혐오 세력에 거짓주장과 혐오선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경고하며, 정부 역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사전심사 권한을 부여하려는 ‘난민법 개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에 대해 혐오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은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난민 제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여성들이 이미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는 범죄에 대한 불안함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때문이지 난민들에 의한 것이 아니며, 난민들을 제도권 안에 포요할 때 오히려 더욱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집트인 이브라(26)는 이날 집회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한국 사회가 인류애의 관점에서 난민을 대해달라”고 말했다. 이브라는 “정치적인 박해로 2016년 10월 한국에 와 1년 6개월가량의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며 “난민 신청자들은 수백 페이지의 서류나 영상을 증거로 제시해도 생명의 위협을 피해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인정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대 집회를 하는 이들이 대부분 기독교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진짜 약자를 돕고 환대하는 것이 진정한 기독교 정신으로 난민을 바라봐달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난민 혐오에 반대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아프리카 기니에서 정치적 이유로 한국으로 온 하스뮤(29)는 “1년4개월간 난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라 정상적인 일을 해서 생활할 수 없다”면서 “하루 6만원 정도 받는 공장 등에서 일을 하며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한 삶을 위해 한국에 오게 된 난민들의 사정을 한국인들이 따듯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난민 지지 집회가 열린 보신각 맞은편 종로타워 앞에서는 난민대책국민행동 등 보수 단체가 주최한 난민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가짜 난민 OUT’ ‘난민법은 한국인 말살 정책이다’ ‘자국민을 보호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의 순서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난민 증가는 곧 민족말살정책’이라며 난민법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20대 여성 ㄱ씨는 “이슬람의 상황을 제대로 안다면 그들(난민)과는 공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가짜 난민 OUT’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반대 집회 측은 이날 오후 4시쯤 보신각 앞 도로를 지나 종로3가 반향으로 행진하면서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난민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욕설을 하기도 했다.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난민 혐오를 멈추라’고 맞대응했다.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쯤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를 향해 ‘난민들은 우리의 이웃’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도로에서 난민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 참가자들이 난민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혐오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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