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의원 비율 83%대 17%.. 여전히 두꺼운 '국회 유리천장' [뉴스 인사이드]

김민순 2018. 9. 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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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정치 현주소는
“우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고치는 성과가 저절로 우리 입에 들어온 적이 없었습니다. 여성계가 다 투쟁하고, 노력해서 나왔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반드시 쟁취해서 남녀 갈등이 아닌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계기가 됐으면 바랍니다.”(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소속 여성의원들이 모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계기로 ‘비동의 간음죄’ 신설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련 입법 논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평화당 조배숙 전 대표는 “(안 전 지사 사건도) 여성판사가 있었다면 판결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은 지난 6일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활발해진 ‘젠더 이슈’ 논의… 국회는 변화하고 있을까

국회는 확실히 데이트폭력, 스토킹, 불법 촬영 등 여성을 상대로 한 신종범죄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미투’ 관련 법안 130여개가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여가위 법안심사 소위를 13일 통과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개별법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여성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아직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절차가 남았지만 차질 없이 조속히 법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성 의원들이 젠더 이슈 관련 법안에 대한 입법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를 휩쓸었던 ‘미투 열풍’이 대학가는 물론이고 법조계, 문화예술계 등에 불어닥쳤지만, 국회만큼은 잠잠했던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성차별에서만큼은 ‘안전지대’일까. 한 초선 여성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포옹 등 스킨십을 하는 남성의원들 정말 많다”며 “‘나도 국회의원인데’라는 생각이 들며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난한 여자’라는 소리가 두렵기는 평범한 여성들과 마찬가지여서 웃으며 상황을 모면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여성 의원의 불안한 처지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민주당 양향자 전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여성은 늘 ‘디저트’ 신세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직에 도전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양 전 최고위원은 “광역단체장에 도전했는데, ‘아니 무슨 나이도 어린 여자가’라는 말이 나왔다”며 “내가 나이가 50이 넘었는데도,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식 깨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평범한 사람도 (정치에) 도전하는 문화가 돼야 하는데 (여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게 ‘독한 여자’, ‘특별한 여성’으로 규정해버리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 여가위원장인 민주당 전혜숙 의원 역시 “운동장이 너무 기울어져 있어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여성 진출을 장려하기 힘들다”며 “남자들의 먹이사슬 속에서 여성은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국회의 유리천장이 너무 두껍고 높다”고 토로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여성 ‘풀’을 늘려야 할 시점”이라며 “추미애 전 대표 시절에도 여성 공천은 획기적이지 않았다.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여성의원들의 재선율은 바닥을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2월 한국사회역사학회가 발표한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의 임기 후 경력 선택’에 따르면 17대 국회(보궐선거 포함) 비례대표 여성 의원 33명 중 10명이 국회 재입성에 성공해 재선율이 30.3%에 달했다. 그러나 18대 국회는 약 15.2%, 19대 국회는 약 10.7%만이 차기 국회 입성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정치인이라고 ‘경단녀’ 처지를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여성 정치, 남성중심 국회 바꾸나

20대 국회 남녀 국회의원의 비율은 ‘83대 17’이다. 압도적 비율이 보여주듯, 국회는 철저히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회 직원들의 익명 투고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왜 국회는 똑같이 정책비서라고 하면서 여성에게만 탕비실 업무를 맡기느냐”는 등 국회 내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적 행태를 꼬집는 글들이 적지 않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보좌진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2337명)의 699명(29.9%)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비서(64.1%)가 대부분이고, 4급 보좌관의 경우 42명(7.2%)에 불과하다. 여당 소속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여성 비서관 A씨는 “여성 의원도 적지만, 보좌진 구성 또한 심각하게 ‘남성 편중’된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은 대답없는 외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형적 국회’에 조금씩 균열을 내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출산한 그는 지난 9일 여성 국회의원이 모유 수유를 위해 국회 회의장에 아기를 데려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여성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부터 헌정사상 최초로 45일간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신 의원은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 “앞으로 청년이자 워킹맘으로 활동하면서 더욱 성숙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힘이 되는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순·최형창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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