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한국은 집단자살 사회" IMF총재 말이 현실로

박순찬 기자 2018. 9. 3.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0.9명 쇼크] [1]
전문가 3인 "올 출산율 0.96~0.99"

지난해 한국에 다녀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은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생들과 만나 "명문대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아이를 갖는 순간 직장을 그만두기 일쑤"라는 얘기를 들은 뒤였다. 그는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으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재정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들어서는데 이게 집단 자살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한민국에 벌어지고 있는 '0.9 쇼크'는 라가르드 총재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취재팀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의 추천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 전문가 세 명을 선정해, 지금까지 나온 주민등록상 신생아 통계를 기반으로 올해 한국에서 몇 명이나 신생아가 태어날지, 합계 출산율은 어느 수준이 될지 계산을 맡겼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숫자다. 세 사람은 각각 독립적인 방법으로 계산해, "지금 추세로 가면 사상 처음으로 신생아 33만명 선이 무너지고, 합계 출산율은 0.96~0.99명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신생아는 32만3000~33만5000명 수준이고, 합계 출산율은 0.97~0.99명 사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에서 합계 출산율이 1.0명 이하가 된 건 통독 직후인 1990년대 중반의 동독 지방이나, 선호하는 '띠'에 맞춰 아이를 낳느라 일시적으로 인구가 급감한 2010년 대만 정도다. 이 위원은 "정상적인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초유의 현상"이라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32만7000명이 태어나, 합계 출산율 0.96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998년 외환 위기 때(63만5000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아이 낳을 시기가 되면 아무리 많이 낳아도 신생아 수가 더 줄어든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올해 합계 출산율이 0.98명이 될 텐데, 출산율을 따지기에 앞서 더 중요한 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한 해 100만명씩 신생아가 태어났다. 2000년대 들어 40만명대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갑자기 35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또 2만~3만명씩 후퇴할 위험이 크다. 인구가 줄면 사회가 그에 맞춰 적응해야 하는데, 감소 속도가 이렇게 빠르면 사회가 물줄기를 틀기 어려워진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 트렌드가 생겼다가 최근에는 아예 결혼 자체를 안 하는 '비혼' 트렌드로 가고 있다"며 "0.9명대 출산율은 절대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숫자"라고 했다. 그가 '절대로 안 갔으면 한다'던 길에 대한민국은 이미 접어들고 있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