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이웃은 '악마'였다..지적장애인 가족 7년간 '노예생활'

강릉/전효진 기자 2018. 8.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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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모친(母親)이 가장으로 있던 다섯 식구는 ‘현대판 노예’나 다름 없었다. 이들을 마음대로 주무른 것은 옆집에 사는 이웃 사촌이었다. 이들은 7년간 일가족의 장애지원금을 빼앗고, 미성년자인 딸은 성매매로 내몰았다. 수사관계자는 "악마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적장애 3급 김정실(가명·53)씨가 어린 네 자녀와 함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한 어촌에 이사 왔다. 최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서 자녀들을 돌보고 있었다. 60여가구가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에서 정실씨가 ‘장애인연금’을 받는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지난 29일 강원 강릉시 연곡면 한 어촌마을은 인적이 드물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50대 여성과 그의 자녀들이 이웃집 사람들로부터 7년 동안 학대를 받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잘 모른다”고 했다./강릉=전효진 기자

소식을 들은 최모(여·47)씨가 정실씨 집을 드나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밑반찬을 가져다 주며 살갑게 챙겼다.
"언니, 딸린 식구도 많은데 이럴 게 아니라 옆집으로 이사와요. 같이 반찬도 해먹고 한 식구처럼 지내면 좋잖아." 정실씨는 망설임 없이 이사했다. 이후 7년간은 정실씨 가족에게 악몽이었다.
최씨는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정실씨를 다방으로 데려갔다. 월급날이 되자 최씨가 "통장을 대신 관리해주겠다"면서 정실씨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지적장애 3급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적 수준인 정실씨는 시키는 대로 다했다.

이후 7년간 최씨는, 정실씨가 잡일로 벌어들인 6000만원을 쌈짓돈처럼 썼다. 정실씨 앞으로 나오던 장애지원금 7300만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언니"라던 호칭도 점차 "야"로 바뀌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최씨 가족은 정실씨 어린 자녀들에게도 마수(魔手)를 뻗쳤다. 2011년 최씨의 아들 안모(당시 22세)씨가 정실씨 큰 딸에게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면서 성폭행 한 것. 큰 딸 김양은 당시 만 13살에 불과했다. 협박에 시달리던 김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옆집 오빠’의 성적학대는 지속적이었다. 대담해진 안씨는 김 양을 제 마음대로 했다. 2015년부터는 정실씨 큰 딸 김양을 성매매로 내몰았다. ‘포주’행세로 안씨가 벌어들인 돈은 4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원주로 친구들과 놀러 간 김양을 강릉으로 끌고와서 성매매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김 양의 어린 세 동생은 9살, 5살, 3살 무렵부터 옆 집 아저씨(최씨 남편)의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렸다.

이른바 강릉 현대판 노예사건은, 최씨 일가 만행을 알던 누군가가 성폭행상담센터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김 양은 처음에는 성폭행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리상담사가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은 ‘인형놀이’였다.
심리상담사가 인형을 건네며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볼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양이 인형으로 성행위 시늉을 내기 시작했다. "오빠가 제 몸을 이렇게 만졌어요. 이거(성관계)하면 나중에 맛있는 것도 준다고 했어요."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최씨와 아들 안씨는 구속됐다. 정실씨 가족을 학대한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들은 오히려 당당했다고 한다.

수사관계자 얘기다. "경찰도 사람인데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무참한 기분이었습니다. 통장 같은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면 범행을 마지못해 시인하기는 했지만…반성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범죄 행위를 보면 악마가 따로 없는데, 피의자들은 오히려 ‘불쌍한 것들 돌봐줬다’는 태도였습니다. (정실씨) 자녀들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서, 알려지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

구속된 이후 최씨 일가족은 모두 10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내용은 "이미 피해자와 합의가 됐고, 어린 (정실씨) 자녀들 보살펴줬으니 정상을 참작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지난 5월 24일 열린 첫 재판에서도 이들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법정에서 "정신적으로 모자란 사람들을 거두어 준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60여가구 어촌마을 주민들은 정실씨 가족이 학대 받는 것을 몰랐을까. 지난 29일 찾은 이 마을 주민들은 "무슨 좋은 일이라고 (물어보느냐)...우리는 바로 옆집 아니면 모른다"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정실씨 가족과 최씨 가족을 ‘먼 친척’으로 알기도 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자주 마을 주민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지만 지체장애를 가진 분들은 여러 질문에도 ‘네,네’라고만 대답을 해서 상세한 내막을 알기가 힘들다"며 "동네가 작다 보니 나쁜 소식이 알려지면 남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기도 해서 쉬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7년 동안 정실씨 가족의 피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못한 이유였다.

법원은 다음달 20일 ‘강원도 현대판 노예’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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