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웨덴 대사 "성매매는 거래가 아니라 폭력이다"

CBS노컷뉴스 김광일·김재완 기자 2018. 8. 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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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페르 안데시 수네손(Per-Anders Sunesson) 반인신매매대사는 성매매를 대등한 거래가 아니라 폭력이자 인권침해의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수네손 대사는 29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성 구매자를 권력자로, 판매자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성 구매자를 처벌하되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 법을 지난 1999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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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성 구매자 처벌하고 판매자는 보호
자발적 성매매 없어..따지고 보면 취약 계층
법 제정 20년, 조직적 성매매 거의 사라져
"하은이 성매매 판결, UN 아동보호협약 위반"
스웨덴 외교부 페르-안데시 수네손(Per-Anders Sunesson) 반인신매매 특별대사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스웨덴 페르 안데시 수네손(Per-Anders Sunesson) 반인신매매대사는 성매매를 대등한 거래가 아니라 폭력이자 인권침해의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수네손 대사는 29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성 구매자를 권력자로, 판매자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성 구매자를 처벌하되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 법을 지난 1999년 제정했다. 이 법은 스웨덴 국내 성매매를 확연히 줄이면서 '노르딕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주변국에 퍼졌다.

다음은 수네손 대사와의 일문일답.

▶ 반인신매매 대사? 무슨 일을 하나?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를 근절하는 게 임무다. 그 중 성착취를 위한 인신매매에 중점을 둔다. 유럽에서는 성착취를 위한 인신매매가 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이를 우려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

▶ 성매매 사건에서 구매자만 처벌하고 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사회의 축적된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에 관여한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볼 수 없다. 대부분 어릴 때 성적 학대를 당했거나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가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신체적, 심리적 상처를 많이 받았고 자살률도 높다. 취약 계층을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1999년에 그런 법을 제정했다"

▶ 성매매를 폭력이나 인권침해라고 규정하는 것인가?

"명백히 그렇다. 성매매는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 물리력을 행사하면 강간이 된다. 위력을 행사하거나 경제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모두 성착취라고 본다"

▶ 한국에서는 성매매를 일종의 거래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단언컨대 성매매는 대등한 거래라고 볼 수 없다. 판매자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의존적인 관계가 성립한다"

▶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들도 대화를 더 해보면 달리 말한다. 결국 '사실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지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경우 성매매를 '거래'라고 보고 2002년부터 합법화했다. 이후 성 구매 수요가 30% 올랐고 현재는 40만명의 여성이 거리에서 매춘을 한다. 이들 98%가 루마니아·불가리아·마케도니아 등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온 경우가 많다"

▶ 판매자들이 돈을 벌기는 하나?

"사실 판매 당사자에게는 수익이 거의 돌아오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 성매매 산업에서 나오는 이윤이 150억유로(약 20조원)쯤 된다고 한다. 돈이 되니 로비도 거세다. 이들은 '개인 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방치하기엔 성매매는 폐해가 너무 크다. 성 판매자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전쟁에 참전하는 것보다 심하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다.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이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금지하듯, 성매매도 근절해야 한다고 본다"

스웨덴 외교부 페르-안데시 수네손(Per-Anders Sunesson) 반인신매매 특별대사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 다시 스웨덴 얘기로 돌아가 보자. 법 제정 이후 20년 가까이 흘렀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가장 큰 성과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법을 제정할 당시 스웨덴 국민 50%는 반대했었다. '성 판매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2010년 80%의 국민이 '이 법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스웨덴 사회는 성 판매자를 피해자로, 구매자를 권력자로 본다"

▶ 성 구매자가 권력자라니?

"구매자와 판매자는 재정적 혹은 물리적 권력 차이가 있다. 직장 상사와 하급 직원이라는 '위력'이 있을 수도 있다. 권력 남용이라는 것이다.

▶ 성매매 규모도 줄었는가?

"그렇다. 수요가 많이 줄었고 특히 조직적인 성매매는 거의 없어졌다. 내게는 26세 아들이 있는데 그들 세대에서는 성을 사고파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이 됐다. 성 판매자가 신고를 하면 구매자는 직장을 잃고 아주 난처해질 것이다. 그런 힘이 있다 보니 판매 여성도 더 안전해졌다. 법 제정 후 현재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가 단 한 건도 기록되지 않고 있다"

▶ 청소년 성매매는 어떤가?

"성 구매 수요가 낮아지면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수요도 거의 없어졌다"

▶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규정된다면, 당국이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보다 용이해질 것 같다.

"그렇다. 스웨덴 아이들은 강제적 성관계를 가졌을 때 경찰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보니 경찰에 신고하기가 쉽다"

28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십대여성인권센터 등의 공동주최로 열린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모색 국제세미나. 왼쪽부터 영국 노동당 사라 챔피언 의원, 주한유럽연합대표부 조엘 이보네 대사대리, 푸르메재단 강지원 이사장, 스웨덴 페르 안데시 수네손 반인신매매대사,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사진=김광일 기자)
▶ 경찰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건 스웨덴 정부와 경찰의 절대적인 우선순위다. 스웨덴 법상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병원·유치원·학교 등에서 청소년이 성매매에 노출됐다는 신호가 감지되면, 담당자는 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보고하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다. 그리고 보고를 받은 당국은 반드시 수사를 해야 한다"

▶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게 그들 입장에서는 처벌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법적으로 피해자로 규정되더라도, 부모에게 알려진다는 것도 위협이 될 테고.

"초기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 경력 등 특별히 부정적인 기록이 남지 않다 보니 바뀌더라. 우리는 특히 법 제정과 동시에 학교 교육을 중시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나이 많은 사람의 요구를 받아도 '이건 나의 몸이에요'라고 거절할 수 있게 됐다. 혹시 부모가 관심이 없다면 스웨덴에서는 사회가 책임지고 개입한다. 성 판매로 적발된 소녀가 계속 그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정부는 아이를 보호시설로 보내 성매매를 벗어나도록 할 법적 권한이 있다"

▶ 성매매에 유입됐던 아동·청소년에 대한 교육이나 복지 프로그램이 있나?

"아주 다양하게 있다. 상담이나 치료가 주로 제공된다. 피해 청소년이 정부 접촉을 꺼린다면 시민단체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정부는 이 청소년이 원하는 시민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

▶ 그런 스웨덴에서도 성매매가 아예 근절되진 않았을 것 같다.

"물론이다.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월등히 적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이민자가 넘어와 성 판매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남성 중에서는 아동 성매매를 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원정을 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하려 하는 것이다"

▶ 한국 남성들도 성매매하러 해외로 나가는 경우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계속 들었는데 부정적인 효과도 있지 않았나? 어떤 점들이 있었나?

"부정적인 점은 없었다고 본다. 이제는 스웨덴에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사창가를 가는 일도 거의 없어졌고, 성매매에 동반한 폭력 범죄 사건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 한국이 이 법을 본떠 정책에 반영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

"스웨덴은 경찰, 검사, 변호사, 판사를 교육하기 위해 굉장한 자원을 투입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성매매를 성평등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유명 인사가 공개적으로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성매매에 관여한 사람들이 그만둘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 2014년 한국에선 13세 지적장애아가 닷새 동안 6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에선 성매매라고 판단했다. 어떻게 보나?

(관련 기사 : 16.05.12 CBS노컷뉴스 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매매女' 낙인찍힌 사연)

"한때 변호사였고 판사였던 나로서는, 13세 소녀가 스스로 합의했다는 판단을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다. UN 아동보호협약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이 사건에서 아이가 남성들을 만난 건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였다. 한국에서는 채팅앱 등을 이용한 사이버 성착취가 크게 늘었다. 스웨덴도 그러한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IT산업이 발달한 한국의 대응이 무척 궁금하다. 사실 스웨덴 정책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이런 점을 배우고 싶었다. 나를 초청한 시민단체 십대여성인권센터의 경우 직접 채팅방에 들어가 보거나 플랫폼 제공 업체에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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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광일·김재완 기자] ogeera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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