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앉은뱅이꽃
박두순 동시작가 2018. 8. 30. 03:09

앉은뱅이꽃
담 아래 피었다.
앉아서 피었다.
나비가 찾을 때
담 넘기 힘들까봐
담 밑에 앉아서
기다린다.
―최향(1960~2008)
앉은뱅이꽃은 채송화의 또 다른 이름. 7월에서 10월에 걸쳐 피는 앙증맞은 꽃이다. 앉은뱅이꽃이 담장 아래에 빨갛게 피어 있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채송화야, 왜 그러고 앉아 있니? 키 작다고 누가 놀렸니?" "아니." "그럼 왜 쪼그리고 앉아 있어?" "응, 나비가 놀러온댔어. 나비가 담 넘을 때 힘들대. 엉덩이 좀 받쳐 주려고." "아, 그렇구나. 마음도 예뻐라." 남을 생각하는 채송화의 심성이 '파란 마음 하얀 마음'으로 돋아 보인다.
그런데 이 시는 왠지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풍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담 아래' '앉아서 핀' 것으로 그리면서 첫 두 연을 한 행씩으로 배치, 강조한 때문일 게다. 아니면 48세에 세상을 떠난 시인의 짧은 생애 때문일까. 그녀는 암 투병 중에 이 시를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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