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항소심 "삼성이 정유라 준 말 3필 뇌물 맞다"..213억 약속 첫 유죄 인정
[경향신문]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66)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최순실씨(62)에게 준 ‘말 3필’을 뇌물로 인정한 것은 물론이고, 승마 훈련비용 213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약속 혐의를 유죄로 본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사건을 심리한 1·2심 총 4개 재판부 중 유일하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최씨 딸 정유라씨가 탄 말 3필(34억1797만원) 자체를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와 다른 판단이다. 이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가 설립한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36억3484억원을 보낸 것은 뇌물이 맞다면서도, 말 3필은 소유권이 삼성전자에서 최씨에게 실제로 넘어가지 않아 뇌물이 아니라고 했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2015년 11월15일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만났을 때 말 소유권을 최씨에게 넘기기로 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최씨는 “이 부회장이 VIP(박 전 대통령)에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화를 냈고,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고 답했다. 심지어 정씨는 이 부회장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로부터) 말을 ‘내 것’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고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씨 승마 지원 관련해 상당한 범위에서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박 전 사장은 최씨가 말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까지 원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최씨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며 “이같은 의사 합치에 따라 그 이후 구입한 비타나·라우싱은 삼성전자의 소유권을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씨 회사인) 코어스포츠 직원이나 정씨도 말이 최씨 소유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말의 관리나 정씨 승마 지원 의혹이 언론에 불거진 이후의 말 처리 등은 말의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음을 전제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가 당초 용역계약을 할 때 213억원을 주기로 계약서에 기재해 뇌물을 약속한 혐의도 재판부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용역계약 체결 무렵 213억원을 뇌물로 수수하겠다는 의사가 확정적으로 합치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용역체결 과정에서 최씨와 이 부회장 사이에 뇌물이 마지막으로 수수된 2016년 7월26일 이후에도 적어도 당초 합의한 2018년 아시안게임 때까지는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1심에서 뇌물로 인정했던 말 보험료 2억4146만원은 뇌물에서 빠졌다. 보험계약이 삼성전자 명의로 체결됐고 최씨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이익이 이전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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