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물 갈등' 70대 귀농인 엽총 발사..2명 사망·1명 부상

박태우·이삭 기자 2018. 8. 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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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인근 사찰 스님에 총상 입힌 뒤 면사무소 찾아가 난사
ㆍ봉화 소천면 공무원들 희생…주민 “수도관 문제 다툼”

21일 오전 70대 남성이 엽총을 난사해 직원 2명이 사망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의 창문이 총탄 구멍이 난 채 깨져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에서 귀농한 70대 남자가 면사무소 등에서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2명이 숨지고 주민 1명이 다쳤다. 이 남자는 면사무소에서 주민과 직원들에게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21일 오전 9시30분쯤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김모씨(77)가 직원들에게 엽총 수발을 발포했다. 이로 인해 직원 손모씨(47·6급)와 이모씨(38·8급) 등 공무원 2명이 가슴과 어깨 등에 총상을 입고 헬기로 안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숨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목격자들은 “(김씨가) 면사무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손들어’라며 느닷없이 총을 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당시 면사무소에서 민원상담을 하던 주민 박모씨(53)는 “갑자기 ‘팡’ 하는 총소리가 나 고개를 돌려보니 김씨가 엽총을 발사하고 있어 몸을 날려 총을 빼앗아 멀리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면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김씨를 붙잡았다.

박씨는 “김씨가 직원 손씨에게 먼저 총을 쏘고 곧바로 이 주무관에게 발사했다”면서 “범행에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당시 현장에는 민원인 2~3명과 면사무소 직원 등 1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 현장에는 임신한 직원도 있었으며, 일부 여직원은 충격을 받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면사무소에서 직원들을 향해 최소 3발 이상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소천면사무소에서 엽총을 난사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9시15분쯤 소천면 임기역 인근 사찰을 찾아가 스님 임모씨(48)에게도 엽총을 발사했다. 임씨는 어깨 등에 총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과 소천면사무소는 3.8㎞가량 떨어져 있다.

김씨는 사찰에서 1차 범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승용차로 면사무소까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4년 전 귀농해 혼자 지내온 김씨는 이날 오전 7시50분쯤 소천파출소에서 유해조수 구제용으로 맡겨둔 엽총을 출고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엽총은 등록된 총기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마을 상수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물문제와 수도요금 등을 놓고 이웃과 마찰을 빚어왔다는 주민 진술을 받았다. 스님 임씨와도 물사용 문제 등으로 자주 다투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10일 전 “김씨가 총기로 위협할 것처럼 행동했다”고 파출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봉화에 와서 수도관을 설치했고 임씨 등 3가구가 물을 같이 당겨 쓰자고 해 나눠 사용한 것으로 안다”며 “김씨가 물이 잘 나오지 않자 고지대에 사는 임씨 때문이라고 여겨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씨가 면사무소를 찾아 물 관련 민원을 넣었는데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 같다”며 “환경 관련 민원도 제기했는데 면사무소에서 예산 등 이유로 바로 처리가 안돼 불만이 쌓인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자세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소천면사무소 주변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박태우·이삭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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