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폭염 견뎌가며 키운 채소인데.." 텃밭 서리에 우는 도시 농부들

2018. 8. 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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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낙성대공원 인근 텃밭에서 가족들이 먹을 농작물을 가꾸는 주민 정모 씨(42·여)는 얼마 전 밭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관악구의 다른 텃밭에서 2년 넘게 농작물을 키워온 회사원 이모 씨(37)는 올해 봄 상추를 도둑맞았다.

서울 강동구 암사텃밭에서 만난 김모 씨(61·여)는 "종종 누군가가 티가 날 정도로 농작물을 뽑아간다"며 "속이 상하지만 신고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이웃과 나눠먹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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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관악구 강감찬 텃밭에 붙은 경고문구.

“내 오이 어디 갔어!”

서울 관악구 낙성대공원 인근 텃밭에서 가족들이 먹을 농작물을 가꾸는 주민 정모 씨(42·여)는 얼마 전 밭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전날만 해도 30여 개 달려있던 오이가 절반 정도 사라진 것. 정 씨는 오이장아찌를 만들어 이웃과 친척들에게 나눠주려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가족들과 먹을 야채를 키우며 도심에서 여유를 찾으려는 도시 농부들이 최근 잇따른 ‘서리’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관악구의 다른 텃밭에서 2년 넘게 농작물을 키워온 회사원 이모 씨(37)는 올해 봄 상추를 도둑맞았다. 상추는 잎을 조심스럽게 떼어내야 다시 자라는데 누군가 무딘 칼로 상추를 잘라서 가져가는 바람에 되살릴 수도 없는 상태가 돼있었다. 이 씨는 “애지중지 기르던 것들이라 마치 자식이 다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도시 농부 A 씨는 지난해 배추 서리범을 목격했다. 배추 서리범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듣고 순찰을 나갔다가 손전등으로 텃밭 한 쪽을 비추자 누군가 삽을 내팽개치고 부리나케 달아났다.

도시 농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서리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피해 경험담과 함께 ‘허수아비 대신 폐쇄회로(CC)TV 모형을 설치하라’는 등의 조언을 공유한다.

텃밭 농작물 절도 피해가 계속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텃밭에 ‘서리 금지’ 경고문을 붙이고 있다. 관악구는 지난달 관내 텃밭에 ‘농작물 절도 행위 금지’ 경고문을 붙이도록 했다. 관악경찰서에도 순찰 강화를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마포구는 관내 일부 텃밭에 절도예방 홍보안내판을 부착할 예정이다.

관악구 강감찬 텃밭에 붙은 경고문구
문제는 농작물 절도범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텃밭이 도심 외곽에 있어 CCTV 등 방범설비가 설치된 곳이 드물다. 범인을 잡아 경찰에 넘겨도 지역 주민인 경우가 많고 “주인이 있는 농작물인 줄 몰랐다‘고 둘러대 대부분 훈방조치 된다.

이 때문에 폭염을 견뎌가며 어렵게 키운 농작물을 도둑맞아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보다 참고 넘어가기 일쑤다. 서울 강동구 암사텃밭에서 만난 김모 씨(61·여)는 ”종종 누군가가 티가 날 정도로 농작물을 뽑아간다“며 ”속이 상하지만 신고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이웃과 나눠먹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인의 허락 없이 농작물을 가져가는 것은 엄연한 절도다. 경찰 관계자는 ”야채 서리로 여러 번 적발될 경우 상습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장난이라는 생각으로 훔쳐가는 것도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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