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개회식 현장]오토바이 대통령과 에너지 그리고 '갑분싸'

자카르타|이용균 기자 입력 2018. 8. 18. 22:05 수정 2018. 8.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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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인도네시아의 에너지’를 보여주겠다는 애초 목표대로 ‘커다람’과 ‘힘’을 강조했다. 2억6000만 명의 인구에다 지구 둘레의 8분의 1에 달하는 거대한 영토를 지난 대국이라는 점을 십분 자랑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에너지’도 개회식을 통해 담아냈다.

개회식은 18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렸다. 오후 9시에 시작된 개회식에 앞서 사전 공연만 2시간이나 이어졌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여러 가수들이 무대를 일찌감치 달궜다.

18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축하 불꽃이 터지고 있다. 자카르타=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무대 가운데 설치된 ‘인공산’이 압도감을 자아냈다. 주최측은 개회식을 위해 길이 120m, 폭 30m, 높이 26m에 달하는 대형 무대를 준비했다. 이 무대는 커다란 산을 배경으로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꽃과 나무 등을 담았다. 인도네시아의 ‘대자연’을 강조하는 뜻이었다. 반둥과 자카르타 지역의 예술가들이 직접 참여해 거대한 무대를 장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회식 직전 4000여명의 무용수가 조용히 입장해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자세를 낮춰 엎드린 채 들판 모양을 만들어 공연을 준비했다.

개회식 카운트다운이 끝난 뒤 ‘깜짝 쇼’와 함께 개회식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도심을 질주해 경기장에 들어오는 영상과 실제가 교묘하게 결합된 연출이 나왔다. ‘조코위’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4년 당선된 첫 ‘문민 대통령’이다. 지지율이 60~70%를 넘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통령의 오토바이 영상과 연출에 주 경기장을 가득 채운 인도네시아 팬들이 엄청난 환호성을 내질렀다.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아시안게임 개막식 때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팬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4000여명의 대규모 댄서 공연도 웅장함을 드러냈다. 주황생과 보라색, 금빛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역동적 에너지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의 모토는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다. 개회식 역시 ‘아시아의 에너지를 느껴보세요’라는 주제 속에 펼쳐졌지만 아시아의 에너지 보다는 ‘인도네시아의 에너지’가 한껏 자랑됐다.

사전 공연이 끝난 뒤 선수단 입장 행사가 이어졌다. 남북선수단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역대 11번째 공동입장을 했다. 아리랑의 변주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여자 농구 임영희와 북측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주경철이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경기장을 가로질렀다.

여자농구 단일팀의 로숙영은 행진 중 자신의 얼굴이 경기장 화면에 크게 비치자 쑥쓰러운 듯 웃으며 얼굴을 가렸다. 개회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북한 리룡남 부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한류에 관심이 많은 인도네시아 팬들은 중국 일본의 입장때와 확실히 다른 커다란 환호로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을 환영했다.

남북선수단이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남북 선수단 보다 더 큰 환호를 받은 나라는 인도네시아 자국을 제외하면 팔레스타인 뿐이었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팬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선수단이 입장할 때 아낌없는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한편, 영토 문제로 민감한 동티모르의 입장 때는 대조적이었다. 동티모르는 임원 한 명, 전통복장을 입은 선수 2명이 개회식에 참석했다. 미니 선수단으로 격려를 받을 법 했지만 인도네시아 팬들의 반응은 ‘갑분싸’에 가까울 정도로 차가웠다.

동티모르 선수들이 제 자리를 찾아 앉을 때쯤 자국 대표단이 입장했다. 붉은 자켓을 입은 인도네시아 선수단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주 경기장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수만 명의 관중이 모두 일어나 폭발할 것 같은 함성을 질렀다. 마치 ‘대~한 민국’ 처럼 ‘인도~ 네시아’의 연호가 이어졌다.

<자카르타|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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